따뜻한 손맛이 깃든 쉼터, 연천 새둥지마을작성일 | 2025-12-09
따뜻한 손맛이 깃든 쉼터,
연천 새둥지마을

뺨에 닿는 공기가 차다.
율무는 연천의 특산물이다.
수확을 마친 논은 고요해지고,
찬바람만 그 위를 지난다.
겨울 농촌에는 푸르게 빛나는 봄과 여름,
풍요로운 가을과는 다른 정취가 있다.
부엌에선 모락모락 연기가 피어오르고,
장독에선 장과 김치가 익어가는 계절.
정과 손맛으로 빚어낸 먹거리는 더없이 다정하다.
연천 새둥지마을


겨울의 추억을 빚어내기 위해 연천 새둥지마을로 향했다.
추운 날씨에 유독 포근하게
다가오는 이름처럼,
낮은 산들이 품은 마을은 아늑한 분위기를 풍겼다.

철새가 머무는 곳이라 새둔지라 불렸던 동네는
세월이 지나 새둥지마을이 되었다.
마을 이름에 담긴 것은
주민들의 푸근한 마음이다.
“둥지에서 부모가 자식을 품에 보듬듯이
우리 마을도 그런 역할을 하고 싶어요.
일상에 지친 도시민들이
훌쩍 와서 편히 쉬었다 가면 좋겠어요.”


지난밤 내린 눈으로 마을은 고요했고 평온했다.
크게 심호흡했을 뿐인데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공기가 참 맛있죠?
덕분에 몸도 마음도 건강해져요.”
체험 선생님의 말에
공기를 입에 한껏 머금었다.
들숨은 상쾌했고 날숨은 달았다.


체험관에 들어서니 테이블 위에
튀긴 곡물들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아이가 호기심 어린 눈으로
튀밥을 보더니
하나씩 가리키며 외쳤다.
“이건 쌀! 이건 보리! 이건…모르겠어요.”
거침없던 아이를 망설이게 한 주인공은 바로 율무였다.


율무는 연천의 특산물이다.
“전국에서 율무가 가장 많이 나는 곳이 연천이에요.
이 율무도 연천에서 태어났어요.”
몸에 좋고 맛도 좋고 율무가
새둥지마을 강정 만들기의 킥이었다.
단, 임신 중인 경우 섭취를 피하는 것이 좋다고.


율무만 연천산이 아니었다.
쌀과 보리도 연천에서 재배된 것을
사용한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맑은 공기와 임진강이 만들어낸 곡물은
얼마나 그 맛이 깊고 고소할까.
“이대로 먹어도 좋아요.
아이들이 먹어도 안심할 수 있거든요.”
선생님의 말과 함께 튀밥에 손이 갔다.
그냥 먹어도 맛있는데
강정으로 만들면 더 맛있어지겠지?
장갑을 끼며 잔뜩 설레기 시작했다.


강정 만들기는 어렵지 않았다.
먼저 장갑을 낀 손과 주걱에
식용유를 골고루 발라주었다.
접착제 역할을 하는 조청이
묻어나지 않게 하기 위해서다.
준비된 쌀, 보리, 율무 튀밥을 볼에 넣었다.
약간의 달콤함을 더해줄
후르츠링과 코코볼도 함께였다.



여기에 보글보글 끓는 조청을
두른 후 잘 섞어주었다.
조청이 식어서 굳기 전에
아래쪽까지 잘 섞어야 한다는 설명에
아이가 쥔 주걱에 힘이 들어갔다.


조청과 튀밥이 골고루 잘 버무려졌다면,
이제 본격 만들기 타임 시작!
손으로 조물조물 뭉쳐주며
원하는 형태로 만들어주었다.
동그라미, 네모, 아이가 좋아하는 캐릭터 모양까지
다채로운 강정이 완성되었다.

완성된 강정을 입에 넣으니 바삭한 식감과 함께
곡물의 고소함, 조청의 은은한 단맛이 입안 가득 퍼졌다.
첨가물 없이 정성껏 빚은 강정의 맛은 깊고 담백했다.
절로 웃음도 지어지는 그런 맛.

이어서 김치를 담기로 했다.
강정의 킥이 연천산 율무였다면
김치 체험의 킥은 연천 배추였다.
연천은 추워서 병충해가 적고,
일교차가 커서 작물의 맛이 진해진다.
무와 갓 역시 연천에서 재배한 재료를 사용했다.


노란 배추가 유난히 달아 보여서였을까.
설명을 듣던 아이가
배춧잎 한 장을 뜯어서 베어 물었다.
아삭하고 달고 시원하고.
자꾸만 손이 가는 그 맛에
어른도 아이도 잠시 멈춰 배춧잎 먹방에 집중했다.


김치 담그기는 강정 만들기보다 더 간단했다.
실제로 김장을 하려면
여간 손이 많이 가는 것이 아닌데,
절인 배추와 김치 양념까지
마을에서 미리 준비해 주었다.
덕분에 어린아이들도 김치 체험에 참여할 수 있다고.


“물감으로 색칠하듯이
배춧잎 사이사이에 양념을 고루 발라주세요.”
단계는 간단했지만 정성은 간단하지 않았다.
절인 배추에 양념을 꼼꼼히 묻히는 작업에 공을 들였다.
김장 경험 보유자인 아빠의 도움을 받아
구석구석 손맛을 더했다.


빨갛게 물든 손으로 잎을 여미고
동그랗게 말아 용기에 차곡차곡 담았다.
소량의 체험이었지만
아이의 얼굴엔 뿌듯함이 가득했다.
인생 첫 김치가 완성된 순간이었다.



맛깔난 먹거리를 만들며 성취감을 느꼈다면
이제 재미를 느낄 차례다.
김치를 통에 담고 뛰어나간 곳은 체험관 앞 잔디밭.
날이 좋을 땐 이곳에서 공놀이를 한다는데,
겨울은 보다 특별하다.
그것도 하얗게 눈이 쌓인 날이라면 더욱더.
아무도 밟지 않은 눈밭에 발자국을 남기는 일만큼
재미있는 게 또 있을까.


눈 위에선 모두 아이가 되었다.
풀썩 드러누워 팔다리를 파닥거리며
천사 날개를 그리고,
오리 집게로 눈오리를 만들고,
반짝이는 눈을 하늘 위로 뿌리기도 했다.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최고는 눈사람 만들기였다.
체중을 실어 눈을 굴리다 보니
아이 키만 한 눈덩이가 만들어졌다.
얼굴도 그리고 팔도 달아주니 작은 친구가 탄생했다.
마을엔 눈과 웃음만 가득했다.
겨울이었다.


눈밭에서 신나게 놀았더니 배가 고파왔다.
마침 마을에서는
새둥지 시골밥상을 운영 중이었다.
마을에서 난 신선한 재료로 차린 푸짐한 한식이었다.
20명 이상만 신청 가능한데,
단체의 예약으로 시골밥상이 차려질 예정이라면
현장에서 결제 후 함께 식사를 할 수 있다.


연천 쌀로 지은 뜨끈한 밥에
갓 부친 전과 나물, 제철 채소,
아이들이 좋아하는 고기반찬이 줄지어 차려졌다.
정갈한 시골밥상은
든든한 활력을 불어넣어 주었다.
하루를 머물며 제대로 힐링하고 싶다면
체험관 2층의 숙소를 이용하는 것도 좋겠다.
공용 휴게실에는 책을 비치해
차분히 휴식을 누릴 수 있다.


체험관을 나서는 길,
김치와 강정으로 두 손은 묵직했고
신나는 체험과 쉼으로 마음은 가벼웠다.
둥지를 떠나 자유롭게 날아가는 새가 된 기분이었다.
“다음에 또 만나요!”
아이가 마을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 위치: 경기 연천군 백학면 노아로491번길 86
📱 전화: 031-835-7345
🌐 홈페이지: http://www.gumiri.com/
👐 체험프로그램: 오물조물 쌀강정(15,000원), 김장담그기 체험(5kg 5만원/10인 이상)
🕒 운영 시간: 10:00~18:00(점심시간 12:00~13:00)
연천 고랑포구 역사공원

새둥지마을에서 차로 약 20분 거리에 고랑포구 역사공원이 있다.

임진강을 통해 오래전부터
물자 교류가 활발히 이뤄졌는데,
고랑포구는 그 중심 역할을 하던 나루터다.
삼국시대부터 전략적 요충지였으며,
1930년대에는 화신 백화점의 분점이
생길 정도로 번성했던 곳이다.



고랑포구 역사공원은
당시의 고랑포구 저잣거리를 재현한 공간이다.
화신 백화점과 우체국, 여관, 시장 등
과거의 번화한 모습이 눈앞에 펼쳐진다.
1930년대로 돌아간 듯한 분위기는
포토존 역할을 한다.
윷놀이, 딱지 등 전통놀이와
실감형 체험 종류가 다양해 아이들이 특히 좋아한다.
🏡 위치: 경기 연천군 장남면 장남로 270
📱 전화: 031-835-2002
🌐 홈페이지: https://www.yccs.or.kr/pub/hpark_guide.do
💲 입장료: 어른 5,000원, 청소년 4,000원, 어린이(만 14세 미만) 3,000원, 영유아 및 경로 무료
🕒 운영 시간: 10:00~18:00 (매주 월요일, 1월 1일, 설날 및 추석 당일 휴관)
재인팜 내가 기다린 딸기


체험의 즐거움엔 끝이 없다.
이 계절에 가능한
또 다른 체험을 해보는 것은 어떨까.
고랑포구 역사공원으로 가는 길목에 재인팜 딸기농장이 있다.
천적을 이용한 농법으로 친환경 딸기를 재배하는 곳으로
농산물우수관리인증과 연천군 명품인증을 받았다.


넓은 하우스 안으로 들어서면
주렁주렁 빨갛게 익은 딸기가 보인다.
갓 딴 신선한 딸기를 맛도 향도 진해
달콤한 여운이 오래도록 남는다.
딸기 함량이 높은 잼과 청도 판매 중이다.
딸기 수확 체험을 하면
딸기청이 듬뿍 들어간 라테도 마실 수 있다.


인근에 농장이 총 세 곳으로,
새둥지마을 체험관 맞은편에도 하우스가 있으니
연달아 체험을 즐겨도 좋다.
🏡 위치: 경기 연천군 백학면 노아로 85-10, 노아로 219-1, 노아로491번길 87
📱 전화: 010-8887-6902
🌐 홈페이지: https://smartstore.naver.com/awaited_strawberry
👐 체험프로그램: 딸기 따기 패밀리팩 50,000원 (딸기 체험 1kg, 딸기 라테 2잔 포함)
🕒 운영 시간: 10:00~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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