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범곡마을에서 감자 캐고, 고추장 만들고~작성일 | 2019-06-28

하범곡마을에서 감자 캐고, 고추장 만들고~


천년 고도가 품은 청정 자연의 농촌체험휴양마을
하범곡마을에서 감자 캐고, 고추장 만들고~


불국사, 석굴암, 감은사지, 문무대왕릉···. 경주를 떠올렸을 때 꼬리 물 듯 연상되는 유적지들이다. 천 년을 이어 온 신라는 이제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고도의 흔적은 도시 곳곳에 남아 옛 영화를 짐작하게 한다. 그 중에서도 경주의 명산으로 손꼽히는 토함산은 그 자락에 불국사, 석굴암과 함께 하범곡마을을 품고 있다. 


하범곡마을에서 감자 캐고, 고추장 만들고~ 

하범곡마을의 풍경, 하범곡마을은 최근 봄꽃 나들이 가기 좋은 농촌체험마을 6선에 선정되기도 했다.[사진제공 : 하범곡마을]


경주 IC에서 불국사 방향으로 가다가 토함산 터널을 지나 장항 삼거리에서 좌회전을 하면 한국수력원자력 본사가 나온다. 다시 여기를 지나쳐 장항교를 너머서부터가 하범곡마을의 초입이라 할 수 있다. 1.7km의 굽이진 오르막길을 가다 보면 산 중턱에 몇몇 농가가 올망졸망 모여있는 아늑한 느낌의 마을이 눈 앞에 펼쳐진다. 이제는 관광도시로 유명한 경주에 이런 산골짜기가 있을까 싶다. 첩첩 산중에 위치한 하범곡마을은 심리적인 거리가 더 멀게 느껴진다. 실제로는 보문관광단지, 문무왕릉, 불국사, 석굴암 등의 유적지까지 채 30분이 안 걸린다. 


하범곡마을에서 감자 캐고, 고추장 만들고~ 


마을의 옛 지명은 ‘범실’이다. 비교적 근대까지 호랑이가 종종 나타났기 때문이다. 실제로 마을 경로당 어르신들 중에는 젊은 시절 산나물을 캐다가 호랑이를 만나 십 년 감수했던 경험담을 털어 놓는 분들이 계신다. 상범과 하범으로 나뉜 마을은 산골이기에 논 농사 보다는 감자, 옥수수, 더덕, 땅콩 등을 주로 재배한다.


 하범곡마을에서 감자 캐고, 고추장 만들고~
체험장 인근에는 아기자기한 조형물들이 마을의 분위기를 더욱 친근하게 하고 있다.


하범곡마을에서 감자 캐고, 고추장 만들고~  
마을 입구에 오디가 먹음직스럽게 익어가고 있다. 하범실마을은 체험객들에게 무쇠가마솥으로 감자를 삶고, 국을 끓여 대접한다.


감자 캐기 제철, 직접 만드는 고추장 맛도 일품


하범곡마을에서 감자 캐고, 고추장 만들고~ 
밭 이랑을 호미로 파자 감자가 우수수 딸려 나온다.


새소리만 감돌던 마을에 아이들의 재잘거림이 들려온다. 마을의 대표 체험 프로그램인 전통 고추장 담그기 체험과 매년 6월에 진행되는 감자 캐기 체험을 기다리는 아이들의 얼굴에 호기심이 가득하다. 보물 찾기 하듯 호미를 흙 깊숙이 꽂아 넣고 한번 쑥 파내니 알알이 꽉 찬 감자가 무더기로 끌려 나온다.


하범곡마을에서 감자 캐고, 고추장 만들고~ 

하범곡마을에서 감자 캐고, 고추장 만들고~
감자 캐기 체험은 아이들의 탄성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온다.


“와, 엄마 이거 봐요. 감자가 되게 커요.”


캐낸 감자는 모두 큰 봉지 하나로 양껏 채워 담아 가져갈 수 있다. 자그마한 녀석이 낑낑 거리며 자기가 캐낸 감자라고 들고 가는 모습이 여간 귀여운 것이 아니다. 농작물 재배지는 마을 곳곳에 위치해 있다. 체험장을 기준으로 멀게는 10분 거리, 가깝게는 1분이 채 안 되는 곳에 감자, 옥수수, 땅콩 등이 자라고 있다. 대부분의 농작물 수확 체험은 1만원 정도의 비용으로 할 수 있다. 도시 아이들은 청정한 산골에서 농작물을 수확하는 경험을 해 볼 수 있고, 마을 주민들은 소득이 창출되니 일석이조라 할 수 있다.


 하범곡마을에서 감자 캐고, 고추장 만들고~
캐낸 감자를 양껏 가져가는 아이들, 길이 길어지자 결국 감자 봉지는 아빠들의 몫이 됐다.
 
  하범곡마을에서 감자 캐고, 고추장 만들고~

하범곡마을에서 감자 캐고, 고추장 만들고~

하범곡마을에서 진행 중인 전통고추장 만들기 체험. 맛이 일품이다.


감자 캐기로 구슬땀을 흘린 아이들은 장 담그기 체험장으로 이동해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황지운 위원장과 김혜원 사무장의 설명을 듣는다. 아이들은 물론 아빠, 엄마까지 앞치마, 팔토시, 머리 수건을 두르고 단단히 준비를 한다. 고추장의 주재료인 고춧가루, 조청, 소금, 오디효소를 적절하게 배합해 순식간에 고추장을 만들 수 있다. 장 맛을 더하기 위해 된장도 한 주걱씩 들어간다. 최근에 체험장을 확장해 최대 80명까지 체험이 가능하며 체험 비용은 고추장 500g 만들기가 2만 5천원, 300g이 1만 5천원 정도다.


하범곡마을에서 감자 캐고, 고추장 만들고~ 
체험을 마치고 나오는 포슬포슬한 삶은 감자

 

하범곡마을에서 감자 캐고, 고추장 만들고~
산나물과 제철 농작물로 만든 비빔밥 재료가 먹음직스럽다.


고추장 담그기 체험까지 끝나자 허기가 진다. 때맞춰 마을에서 채취한 나물들이 나온다. 모든 체험객들에게는 철마다 나는 산나물로 만든 산채비빔밥이 제공된다. 고추장과 함께 비벼 먹는 맛이 그리 좋을 수 없다.


계절 마다 연이어지는 색다른 체험, 그리고 하룻밤
 

하범곡마을에서 감자 캐고, 고추장 만들고~ 
6월에는 감자 캐기 체험 외에도 산딸기 수확 체험을 할 수 있다. 잘 익어가는 산딸기의 향이 그윽하게 풍겨온다. [사진제공 : 하범곡마을]


6월에는 감자가 한창이라지만, 산 중턱에 펼쳐진 산딸기 밭에서 산딸기를 따는 체험도 할 수 있다. 붉게 익어가는 산딸기 맛이 일품이다.


하범곡마을에서 감자 캐고, 고추장 만들고~ 
하범곡마을의 더덕은 실하기로 유명하다.[사진제공 : 하범곡마을]


가을로 접어드는 9월부터 11월까지는 마을 초입의 더덕 재배지에서 땅의 정기를 듬뿍 머금은 더덕 캐기 체험을 할 수 있다. 캔 더덕은 그냥 먹어도 향이 일품이지만, 장아찌를 담가 먹기도 한다.
 

하범곡마을에서 감자 캐고, 고추장 만들고~ 
밭에서 캐낸 땅콩 줄기를 들고 장난을 치는 아이들의 모습.[사진제공 : 하범곡마을]


10월에서 11월 사이에는 아이들이 특히 좋아하는 땅콩 수확 체험이 있다. 체험을 통해 땅콩이 밭에서 나는 것을 처음 아는 아이들이 많다. 땅 속에서 땅콩을 캐어 줄기마다 열린 땅콩을 따는 재미가 여간 아니다.


하범곡마을에서 감자 캐고, 고추장 만들고~ 
장 담그기 체험은 상시적으로 이뤄진다. 선택에 따라 고추장, 된장 만들기 체험을 할 수 있다. 체험에 사용되는 농작물은 모두 마을에서 직접 재배한다.

 

하범곡마을에서 감자 캐고, 고추장 만들고~
독채로 운영되는 펜션은 복층의 넓직한 구조로 돼 있어 20명 정도는 충분히 하룻밤을 묵을 수 있다. 숙박비는 성수기 구분 없이 20만원이다.


소규모 체험 프로그램을 하는 마을이라 숙박시설은 그리 넉넉하지 않다. 다만 단체 방문객을 위해 운영되는 펜션이 한 채 있다. 고즈넉한 숲 속의 하룻밤은 도시에서 쌓인 스트레스를 절로 사라지게 한다. 


석굴암으로 향하는 길
마을 위쪽으로 올라가보면 작은 임도가 적당한 경사로 이어져 있다. 이 길을 따라 1시간여를 가다 보면 석굴암에 닿을 수 있다고 한다. 적당히 숨이 차 오르는 길을 걸어 올라가다 보니 이름 모를 새소리가 여기 저기서 들려 온다. 시원한 바람에 나뭇잎들이 부딪히며 내는 소리가 마음을 편안하게 한다. 길은 원만한 대신 산의 형세를 따라 뱀 모양처럼 굴곡져 있다. 그 길을 저 멀리서 한 어르신이 무심한 표정으로 경운기를 몰고 지나간다.


하범곡마을에서 감자 캐고, 고추장 만들고~
잘 정비된 임도는 가면 갈수록 숲이 우거지고 포장된 길이 끊기며 흙 길이 나온다.


오래 전 이 길은 이 마을에서 과거를 보러 가는 선비들이 주로 이용했다고 한다. 마을 어르신의 말에 따르면 길의 중간에는 선비들이 잠시 머물며 여독을 풀었던 주막도 있었다. 옛 선비들이 걷던 길은 이제 봄, 가을로 등산객들이 찾고 있다. 그 옛날 신라 시대에도 이 길을 걷던 이들이 있었을 것이다.


미니 인터뷰
“나들이 가기 좋은 마을 6선에 꼽힌 하범곡마을로 오세요”


 하범곡마을에서 감자 캐고, 고추장 만들고~
하범곡마을 황지운 위원장


하범곡마을은 최근 경상권역을 대표해 ‘봄꽃 나들이 가기 좋은 농촌체험마을 6선’에 선정됐다. 그 외에도 한국농어촌공사가 선정한 ‘농촌관광코스 10선(2016년)’ ‘올 여름 휴가 가고 싶은 체험마을(2014년)’ 등에 선정되며 알음알음으로 찾아오는 이들이 늘고 있다. 모두 2010년 농촌체험휴양마을로 지정된 이후의 성과들이다. 하범곡마을 체험프로그램을 책임지고 있는 황지운 위원장은 오래 전 시작된 마을과의 인연을 털어 놓았다.


“저는 원래 울산에서 봉사단체 활동을 해 왔어요. 그러다가 우연히 산나물을 사러 하범곡마을을 오게 됐고, 그렇게 마을의 매력에 빠져 13년 전에 귀촌을 하게 됐어요. 당시만 해도 마을은 공기 좋고 물 좋은 자연환경 외에는 이렇다 할 소득원이 없었어요. 돌아가신 김홍길 어르신이 체험마을 사업 유치를 위해 노력했고, 제가 그 뒤를 이어 위원장을 맡게 됐죠. 농어촌공사에서 시행했던 마을 리더 교육을 받고, 마을 어르신들과 상의하며 점차 체험 프로그램의 규모를 늘려갔죠.”


농촌체험휴양마을로 지정된 초기에는 찾는 이들이 많지 않았다. 궁리 끝에 지역 다문화 봉사단체를 초청해 고추장 담그기 체험을 시작했고, 그렇게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다. 마을 취재를 온 사무장을 만난 것도 그 즈음이었다.


“블로거 글을 쓰는 사무장이 5년 전에 마을로 취재를 왔어요. 싹싹하고 상냥해서 마음에 들었죠. 한동안 왕래를 하며 지내다가 3년전에 사무장으로 같이 일해 보자고 제안을 했고, 그때부터 같이 일하게 됐어요.”


하범곡마을 역시 여느 농촌마을과 마찬가지로 고령화가 심각하다. 30여 가구가 넘던 마을이 지금은 23가구가 고작이다. 황 위원장은 그런 마을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자 체험 프로그램과 연계를 추진했고, 고령의 어르신들에게 체험프로그램을 통한 소득은 적잖은 도움이 되고 있다. 마을이 좋아 정착하고 일을 하게 됐기 때문일까? 마을 주민과 연계한 체험 프로그램을 설명하는 위원장의 목소리에 애정이 가득하다.


“체험 프로그램 중에 농작물 수확은 대부분 마을 농가 어르신들의 협조를 받아서 진행해요. 그래서 체험비도 고스란히 어르신들께 돌려드리죠. 이제는 어르신들이 먼저 때 되면 ‘올해는 와 체험 안 오노’ 하면서 기다리시더라고요.”
황 위원장은 하범곡마을의 자랑거리는 옛 농촌의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체험과 싱싱한 농작물이라고 강조했다. 하범곡마을은 1차 재배 농작물 외에도 고추장, 조청 등 가공제품 판매 허가를 받았다. 농촌의 맛과 멋을 경험할 수 있는 곳, 올 여름도 하범곡마을의 하루하루는 바쁘게 돌아갈 듯하다.


하범곡마을 정보
위치_ 경상북도 경주시 양북면 하범길 199
찾아가는 길_경주IC에서 불국사 방향으로 가다가 토함산 터널을 지나면 한국수력원자력 본사가 보인다. 이를 왼편에 끼고 돌아 장항교를 건너서 1.7km를 가다 보면 하범곡마을이 나온다.
문의_ 054-748-8987
홈페이지_ http://cafe.daum.net/hju8001


* 농촌 체험 마을 더 보기
☞ 남해안의 정취를 물씬 풍기는 마을, 전남 갓고을마을

☞ 한옥의 멋이 어우러진 마을, 전남 무월마을

☞ 소박한 농촌의 따스함이 느껴지는 마을, 경북 천지갑산마을
 
출처 : 한국농어촌공사 웰촌
글 황정호 사진 임영규, 하범곡마을 제공

 
*위 정보는 2019년 6월에 작성된 것으로, 이후 변경 될 수 있으니 방문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이 기사에 사용된 사진, 텍스트, 동영상 등의 정보는 하범곡마을 및 한국농어촌공사가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무단 사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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