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여름 산골의 맛과 여유, 인제 하추리산촌마을작성일 | 2025-06-30
초여름 산골의 맛과 여유, 인제 하추리산촌마을
인제 하추리산촌마을
여름의 길목, 계절은 어느새 초록의 기운으로 가득하다. 올해도 무더위가 예고된 지금, 그런 날일수록 문득 떠오르는 곳이 있다.
겹겹이 산줄기가 이어지는 강원도. 그 깊숙한 품에 숨은 듯 자리한 인제의 산촌이다.
인제는 흐린 날도, 비 오는 날도 아쉽지 않다. ‘하늘 내린 고장’이라 불릴 만큼 자연이 순수하게 살아 숨 쉬는 곳이니까.
그래서 떠났다. 설악산 남서쪽 끄트머리에 자리한 하추리산촌마을로. 초여름의 더위보다, 깊은 숲과 시원한 물소리가 먼저 반겨줄 것만 같았다.
하추리산촌마을은 설악산과 점봉산, 한석산이 감싸고 있는 골짜기에 자리한다. 가리봉에서 발원한 물줄기가 마을을 가로지르고, 그 옆을 따라 밭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오래전, 화전민이 터를 잡고 일구었던 것이 오늘날에 이른 것이다. 청량한 자연환경이 빚어낸 비옥한 토양은 양질의 잡곡류를 생산해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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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추리산촌마을
굽이굽이 이어지는 31번 국도를 달리다 보면 내린천과 가리산천이 만나는 지점에서 하추리산촌마을에 닿는다.
고요 속에서 푸르게 번진 산과 숲, 초록이 짙게 물든 여름의 풍경이 눈앞에 펼쳐진다. 세상의 소음도 뚝 끊기는 순간이다.
산을 휘감은 운무와 천천히 흐르는 하천만이 조용히 제자리를 지킬 뿐이다. 바람마저도 눈치를 보듯 살며시 스친다.
눅눅할 줄 알았던 초여름의 습기도 이곳에서는 한결 덜하다.
청량하다고 생각했던 것도 잠시, 먹구름이 몰려오더니 이내 비가 추적추적 내리기 시작했다. 서둘러 들어선 곳은 ‘카페 하추리’.
화이트톤 인테리어에 가래나무, 자작나무, 뽕나무 등으로 꾸며진 공간이었다. 카페 하추리는 마을 사람들이 함께 운영하는 곳이다.
마을 사람들이 함께 머물 수 있는 사랑방 같은 장소를 고민하다가, 자연스레 카페로 자리를 잡았다.
이곳을 이루는 모든 것이 ‘메이드 인 하추리’다.
인근 산에서 가져온 나무로 기둥을 세웠고, 주민들의 손으로 직접 만든 탁자를 놓았다. 나무기둥 중 일부는 ‘가래나무’를 썼다.
가래나무는 하추리의 상징과도 같은 나무인데, 인근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것이란다.
하추리라는 지명도 설악산 아래에 추자나무(가래나무의 다른 이름)가 많다는 데서 유래했다고. 벽면에 설치된 책장은 인제군 하면 떠오르는 자작나무로 만든 거다.
카페 하추리는 마을에서 재배한 농산물로 직접 만든 음료와 간식을 갖추고 판매한다. 모르고 지나친다면 서운할 정도로 정성이 가득한 주전부리들이다. 그냥 지나칠 수야 있나.
대표 메뉴인 콩 크림 아인슈페너는 물론이고, 마을에서 난 재료로 만든 간식을 여럿 골랐다.
경건한 마음으로 자리에 앉아, 우선 콩 크림 아인슈페너부터 한 잔. ‘산지직송’ 재료를 꾹꾹 눌러 담아 만들어서인지, 고소한 풍미가 남달랐다. 주전부리들도 마찬가지였다.
담백하면서도 재료 본연의 맛이 살아 있어, 한입 두입 자꾸만 손이 갔다.
든든하게 배를 채우고 나서야, 창밖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가늘게 내리는 비 너머로, 초록으로 짙게 물든 여름 풍경이 수채화처럼 번지고 있었다.
귀를 틀어막고 있었던 이어폰을 빼, 탁자에 올려 두었다. 추적추적 내리는 빗소리가 마음을 다독이는 것만 같았다.
한동안 멍하니 그 장면을 바라보았다. 아무 생각 없이 머리를 비운 게 대체 얼마 만이던가.
얼마나 흘렀을까. 은근한 장작불 냄새가 퍼지는가 싶더니, 고요한 마을이 어느새 북적이고 있었다. 작은 잔치라도 열린 듯이 정겨운 활기가 감돌았다.
하추리산촌마을의 간판 체험 프로그램,
‘장작불 가마솥 밥 짓기’를 경험해 보려는 이들이 찾아온 것이었다.
밥을 짓는다는 행위를 ‘체험’한다는 게 조금 의아하기는 했다. 매일 하는 것이 아닌가.
하긴, 전기밥솥이 알아서 딱 잘 만들어주기는 했지.
아궁이에 장작을 넣고, 불을 지피고, 가마솥에 쌀을 씻어 안친 뒤, 적당한 양의 물을 넣는 과정을 하나씩 해보는 것은 처음이었다.
체험은 4인 1조로 진행되었다. 프로그램을 시작할 때 설명을 들었지만, 막상 직접 해보려니 쉽지 않았다.
전기밥솥으로 밥 짓는 과정보다 복잡하기도 했다. 우여곡절 끝에 쌀을 안치고 뚜껑을 덮는 데까지 성공.
이제 남은 것은 달큼한 향을 맡아가며 밥이 잘 익을 때까지 기다리는 것뿐이었다.
옆에 앉아 있었던 어르신이 조용히 입을 열었다.
“예전에는 다 이렇게 밥을 지었지. 그래도 오랜만에 해보니까 재밌구먼.”
그 옆에 앉아 있던 젊은 친구들은 조용히 미소를 지으며, 불꽃과 연기를 응시하고 있을 뿐이었다.
타닥타닥 장작불 타는 소리,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연기가 그저 신기하다는 눈빛이었다.
불 앞에 둘러앉은 사람들은 불멍을 하듯 타오르는 장작을 바라보며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눴다.
마음마저 데워지는 시간이었다.
그렇게 30분쯤 지났을까. 밥 짓는 냄새가 산골 공기를 가득 메웠다. 구수한 향이 코끝을 간질였다.
가마솥 뚜껑을 여는 순간 뜨거운 김이 피어올랐다. 수증기 너머로 윤기가 줄줄 흐르는 밥이 모습을 드러냈다.
잡곡밥이 완성된 순간이 이토록 경건하게 느껴질 줄은 몰랐다. 아마 허기가 짙어졌기 때문일 테지.
그저 밥 한 공기 짓는 방법을 배우는 체험 프로그램이 아니었다.
산촌에서 조용히 시간을 보내며, 자연과 호흡하는 시간을 갖는 것. 따스하고 포근한 감성을 한껏 끌어올리는 경험을 하는 것.
그 모든 것이 잘 익은 밥 한 그릇에 담겨 있었다.
< 카페 하추리 >
🏡 위치 : 강원특별자치도 인제군 인제읍 하추로 187
📱 전화 : 033-461-4481
⏰ 카페 운영시간 : 매일 10:00~18:00
💲 카페 이용요금 : 하추커피 6,000원, 미숫가루 5,500원, 블루베리 스무디 6,000원, 팥옥수수범벅 3,000원, 떡구이 5,000원
👐 체험 프로그램 이용요금 : 장작불가마솥밥짓기 20,000원, 두부만들기 20,000원, 잡곡쿠키만들기 20,000원, 천연염색 50,000원
🏡 숙박 : 기준 2인 ~ 최대 12인
🌐 홈페이지 : https://injehachu.modoo.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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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담사와 백담계곡
백담사는 설악산의 수려한 자연경관 속에 자리한 천년고찰이다. 1,300년이 넘는 깊은 역사를 자랑한다.
이 사찰은 독립운동가이자 시인인 만해 한용운 선생이 『님의 침묵』을 완성한 곳으로도 유명하다.
천년고찰의 깊은 역사만큼, 사찰을 감싸는 설악산의 절경도 아름답다. 일주문을 지나 사찰 경내로 들어서면, 짙은 운무에 감싸인 내설악의 봉우리들이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백담사 곁을 흐르는 백담계곡은 맑고 투명한 옥색 물빛을 자랑한다.
비가 오는 여름날에 방문해도 좋다. 빗소리와 계곡 물소리가 어우러져 더욱 고요하고 평화로운 정취를 선사한다.
< 백담사 >
🏡 위치 : 강원특별자치도 인제군 북면 백담로 746(백담사)
📱 전화 : 033-462-6969(백담사)
💲 셔틀버스 이용 요금 : 편도 성인 기준 2,500원
🕒 셔틀버스 운행시간 : 07:00~19:00(7월 1일~10월 30일까지), 30분 간격으로 운행하며, 좌석이 만석일 때 바로 출발.
🚶 설악산 국립공원 백담사코스 : 백담분소에서 백담사까지 편도 6.5km. 1시간 30분~2시간 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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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제 기적의 도서관
여름철 습하고 비 오는 날, 조용한 실내에서 독서를 즐기고 싶다면 인제 기적의 도서관이 좋은 선택이다.
이 도서관은 MBC 프로그램 '느낌표'의 '책책책 책을 읽읍시다!' 코너를 통해 탄생한, 열일곱 번째 기적의 도서관이다.
건축학적으로 독특한 구조를 자랑한다. 원형 중앙홀과 높은 천장고가 인상적이다. 좌석을 스탠드형으로 설치했는데, 중앙홀의 탁 트인 형태와 맞물려 개방감을 느끼게 한다.
특히, 천장을 통해 들어오는 자연 채광이 실내를 밝혀 쾌적한 독서 환경을 조성한다.
통창 너머로는 인제 읍내의 아기자기한 전경과 듬직한 기룡산의 모습이 펼쳐져, 책을 읽는 즐거움에 더해 시각적인 휴식까지 선사한다.
책만 읽는 공간이 아닌, 휴식까지 고려한 점이 돋보이는 부분이다.
< 인제 기적의 도서관 >
🏡 위치 : 강원특별자치도 인제군 인제읍 인제로140번길 52-7
📱 전화 : 033-460-4321
🕒 운영시간 : 09:00~22:00(일반열람실, 자료실), 09:00~18:00(어린이실)
🚫 휴관일 : 매주 금요일, 법정 공휴일, 임시휴관일(장서점검 등 특별한 사유로 도서관장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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