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탄강이 건네는 선물, 연천 푸르내마을작성일 | 2025-07-15
한탄강이 건네는 선물, 연천 푸르내마을
연천 푸르내마을
북한 평원군에서 발원한 물줄기는 휴전선을 가로지르고, 철원의 거친 용암 지대를 지난다.
한반도의 중심부에 솟은 여러 봉우리는 이 강물에 저마다 하나씩 물줄기를 더 내어준다.
여러 갈래에서 하나가 된 강은 연천군에 닿고서야
비로소 속도를 늦추기 시작한다.
제주와는 다른, 색다른 용암 지대의 면모를 과시하는 이곳은 한탄강이다.
한탄강 주변으로는 비옥한 땅이 펼쳐진다.
용암이 굳게 다져둔 땅에 한탄강이 풍부한 영양분을 공급한 덕분이다.
한탄강이 빚은 평야, 휴전이라는 특수한 상황이 만들어 낸 청정 환경은
양질의 농산물을 생산할 수 있는 기반이다.
연천을 대표하는 특산물인 쌀, 율무, 오이 등이 이 땅의 기운을 받아 무럭무럭 자란다.
성산과 종자산, 보장산 등등 야트막한 구릉지가 동쪽을 감싸고,
북쪽과 서쪽으로는 한탄강이 휘감아 도는 땅.
논과 밭, 아름다운 풍경이 어우러지는 곳.
정신없이 흘러가는 일상에 잠시나마 쉼표를 찍어보고픈 이들을 위한,
이곳은 푸르내마을이다.
푸르내마을은 한탄강 유역의 들판을 기반으로 다양한 농작물을 재배하는 마을이다.
연천군을 대표하는 청산 오이는 물론, 쌀과 율무, 팥, 양파, 비트 등등 다양한 작물을 생산한다.
유난히 뜨거운 7월의 햇볕이 온 세상을 바짝 말리는 중인 듯하지만,
이 마을에서는 더 탐스럽고, 더 싱그러운 작물이 영글어가고 있다.
무더운 어느 날, 가족들과 함께 푸르내마을을 찾았다.
여름이라지만, 아무래도 에어컨 아래에서
움츠러들고 있을 수만은 없으니까.
평일 오후라서 그런지, 유난히 뜨거운 날씨 탓인지 마을은 고요했다.
존재감을 드러내는 것은 저 멀리 솟은 좌상 바위뿐이었다.
적막하지는 않았다.
주변 들판은 모두 초록색 옷을 입은 채 청량감 가득한 자태를 뽐내고 있으니 말이다.
마을이 운영하는 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마침, 오이의 수확 철이었다.
그렇다. 푸르내마을의 여름은 오이에서 시작한다.
이곳, 청산면의 특산물인 청산 오이다.
청산면은 오이 재배에 적합한 환경을 자랑한다.
넓고 평탄한 용암 대지는 유기물이 풍부하고 물 빠짐이 좋은 질참흙을 만들어 낸다.
대륙성 기후의 특징을 보여 밤과 낮의 일교차가 크다는 점도 오이가 성장하는 데 유리한 조건이다.
충분한 강수량, 풍부한 햇볕도 양질의 오이를 만들어 내는 데 일조한다.
체험관 뒤로 큰 규모의 오이밭이 펼쳐져 있었다.
장갑을 빌려 양손에 착용하고, 소매를 걷은 뒤, 사람의 키를 살짝 웃자란 덩굴 사이로 걸어 들어갔다.
어느 오이를 수확할 것인지를 고르는 재미가 쏠쏠했다.
큼지막하면서도 휘어짐이 크지 않고, 생기가 가득한 녀석들을 고르려고 심혈을 기울였다.
덩굴을 해치고 손을 뻗어 오이를 하나, 둘씩 따다가 시간 가는 줄도 모를 지경이었다.
수확한 오이를 들고 체험관으로 돌아왔다.
직접 딴 오이는 인당 7개씩 챙겨서 가져가고, 마을 측에서 미리 준비해 준 오이로 피클을 담기로 했다.
잘 씻은 오이와 파프리카, 양파, 비트 모두 마을에서 재배한 것들이란다.
준비된 재료를 자르는 동안,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선생님들은 피클 물을 만들어 주셨다.
잘라야 할 채소의 양이 어찌나 많던지, 이 피클을 다 먹을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푸짐했다.
가끔 오이 한 조각씩 입에 넣는 것도 잊지 않았다.
다 손질한 재료를 피클 물과 섞은 뒤, 국자를 이용해 잘 버무렸다.
아직 피클 물이 따뜻한 것이 특이했는데, 그래야만 오이가 아삭한 식감을 유지한단다.
완성한 피클은 미리 소독해 놓은 통에 옮겨 담았다.
체험을 도왔던 마을 주민이 통의 뚜껑에 마을 로고가 그려진 스티커를 붙이며 이야기했다.
“피클 물이 식으면 냉장고에 넣어 3일 정도 숙성해 주시면 됩니다. 한 달 정도까지는 맛있는 피클을 드실 수 있어요.”
이번에는 고추장을 만들어 보기로 했다.
집에서 먹을 밑반찬에 고추장까지 가져가다니.
마치, 오랜만에 찾아간 부모님 댁에서 이것저것 챙겨주시는 느낌이다.
고추장 만들기 체험 역시 마을에서 생산된 농산물을 활용한다는 점이 돋보였다.
태양초 고춧가루, 청국장 가루를 주재료로 삼고, 여기에 인삼으로 만든 조청을 더했다.
간을 맞추기 위해 천일염을 넣는데, 이 소금만 외부에서 공수한 것이라는 설명이 왠지 모르게 재미있게 느껴진다.
바다에서나 구할 수 있는 소금만 빼고는 전부 이 마을에서 난 것이라는 뜻이라서.
완성한 고추장을 야무지게 챙긴 뒤에는, 마을 산책에 나섰다.
체험관을 중심으로 골목길이 복잡하게 이어져 있었다.
일단, 한탄강이 보이는 쪽으로.
한탄강 너머의 좌상 바위는 마치 푸르내마을을 지켜보는 것처럼 근엄한 모습이었고,
그 아래를 흐르는 한탄강은 자신의 매력을 조금이라도 더 어필하려는 듯이 빠르게 흐르고 있었다.
강줄기를 따라 불어오는 것인지, 어디선가 바람이 불어와 한여름의 무더위를 식혀주기도 했다.
< 푸르내마을 >
🏡 위치 : 경기 연천군 청산면 청연로 30-62
📱 전화 : 031-833-5299
👐 체험프로그램 : 인삼 고추장 담그기 15,000원, 아삭아삭 오이피클 15,000원
🏡 숙박: 통나무펜션(5인) 130,000원 (성수기 150,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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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인폭포
한탄강을 중심으로 아름다운 자연경관이 펼쳐진다.
약 54만~12만 년 전 화산 폭발로 인해 형성된 지형으로, 용암이 흐르며 다양한 풍경을 만들어 낸 모습이다.
이러한 지질학적 특성으로 인해, 한탄강 일대는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으로 지정되어 있다.
공원 내에는 26개 지질 명소가 있는데, 그중에서도 연천을 대표하는 곳은 재인폭포다.
지장봉에서 발원한 물줄기가 18m 높이의 주상절리로 쏟아지는 모습이 절경이다.
재인폭포까지 2.5km 길이의 도보 산책로가 조성되어 있어, 한탄강의 풍경을 다각도에서 살펴보는 것이 가능하다.
산책로를 걷기 어려운 이들을 위해 전기 셔틀버스를 운행한다.
< 재인폭포 >
🏡 위치: 경기 연천군 연천읍 고문리 산21
- 전기 셔틀버스
🕒 운행 시간 : 입구 → 폭포 09:30 ~ 16:50 /
폭포 → 입구 09:50 ~ 17:20 (20분 간격 운행)
💲 이용 요금 : 왕복 성인 2,000원, 청소년, 어린이 1,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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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대리 문화벽돌공장
오랫동안 방치되었던 폐공장을 리모델링해 연천을 대표하는 문화공간으로 거듭난 곳이다.
벽돌을 생산했던 과거의 모습을 일부 보존해 역사를 기리고,
몇몇 공간을 전시 시설에 맞게 조정해 독특한 분위기를 완성했다.
회화 및 설치 미술, 패브릭아트, 미디어아트 등등
장르와 표현 방식을 가리지 않고 다채로운 작품을 선보인다는 점이 이 공간의 특징이다.
연천의 역사와 정체성을 확인할 만한 전시도 한쪽에 마련되어 있으니, 그냥 지나치지 말자.
연천 주요 여행지의 향, 소리를 담은 전시는
지난 7월 4일부터 오는 11월 말까지 ‘경계에서 피어난 예술 - 환영의 경계’를 주제로 개관 기념 특별전을 개최한다.
< 은대리 문화벽돌공장 >
🏡 위치 : 경기 연천군 전곡읍 평화로940번길 72-27
📱 전화 : 031-832-1995
🕒 운영시간 : 10:00~17:30
💲 관람 요금 : 무료
🚫 휴관일 : 매주 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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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천전곡리유적
연천 전곡리 유적은 1978년, 구석기 시대 유물인 주먹도끼가 국내 최초로 발견된 곳이다.
이 주먹도끼 하나가 세계 고고학 학계의 주류 학설을 폐기하는 계기가 된 터라,
이곳은 세계적으로도 유명한 선사 시대 유적지다.
주먹도끼가 발견된 이후 대규모 발굴 조사가 이루어졌고, 현재는 공원화한 모습으로 방문객을 맞이한다.
선사 시대를 대표하는 유적답게 곳곳에 구석기 원시인들의 사냥 모습, 움집 등을 전시해 두었다.
실제 발굴 당시의 모습을 보존한 토층전시관, 선사 시대 전반에 관한 내용을 다루는 전곡선사박물관도 함께 둘러보자.
< 연천전곡리유적 >
🏡 위치 : 경기 연천군 전곡읍 양연로 1510
📱 전화 : 031-830-5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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