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하고 시원하게 빛나는 여름, 부여기와마을작성일 | 2025-07-28
달콤하고 시원하게 빛나는 여름, 부여기와마을
부여 부여기와마을
여행 며칠 전부터 비가 내렸다. 소리만 들어도 아플 정도로 세찬 비다.
온통 빗금이 가득한 일기예보를 보며 한숨을 쉬다 일단 떠나기로 했다.
가봐야 그곳이 빗속 여행지로 좋은지 아닌지를 알 테니까.
스포주의! 결론부터 말하자면, 가길 정말 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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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여기와마을
비를 뚫고 향한 곳은 백제의 숨결이 깃든 부여기와마을이다.
백제시대에 기와를 굽던 자리로 ‘와봉(瓦峰)’, 기와 언덕이라고 불린 곳이다.
마을 서쪽으로 백마강이 유유히 흐르고, 남쪽으로는 백제의 역사가 살아 숨 쉬는 유적지가 펼쳐진다.
낙화암에서 부소산성, 정림사지까지 이어지는 부여의 명소들이 산책하듯 가까운 거리에 있다.
부여기와마을의 가장 큰 매력은 1년 내내 즐기는 체험 프로그램이다.
계절 농작물을 심고 수확하는 농촌 체험부터 소소한 즐거움이 있는 공예, 음식 만들기까지 그 종류도 다양하다.
4인실과 10인실, 14인실로 구성된 숙소에서 하룻밤 머물러도 좋다.
연중 체험이 진행된다는 것은 비가 와도 할 거리가 있다는 뜻이다.
비바람과 강렬한 태양을 막아주는 두 채의 체험관 덕분이다.
자, 이제 빗소리를 음악 삼아 쾌적하게 체험을 즐길 차례다.
여름에 더 맛있는 수박바. 그 모습을 꼭 닮은 수박떡바 만들기는 마을의 인기 프로그램이다.
자리에 놓인 건 커다란 볼과 체뿐인데, 대체 어떻게 수박바가 만들어지는 걸까?
궁금함을 품고 시작한 첫 작업은 쌀가루에 색을 입히는 일이었다.
쌀가루에 딸기시럽과 멜론시럽을 섞어 수박의 색을 만들었다.
뭉치지 않아야 한다는 설명에 열심히 가루를 풀어주니 금세 달콤한 냄새가 풍겼다.
잘 섞은 쌀가루를 체에 넣고 칠 때마다 공간의 당도가 높아졌다.
그때 선생님이 찜기에 두 개의 원형 틀을 놓았다.
“안쪽에는 빨간색, 바깥쪽 테두리에는 초록색 가루를 넣으세요.”
틀에 가루를 넣으며 모두 함께 외쳤다.
“아! 수박이다!”
궁금증이 해결되는 순간이었다.
두근두근 기대와 함께 찜기를 불 위에 올렸다. 떡이 익는 동안 또 다른 체험을 하기로 했다.
쌀알로 액세서리를 만드는 ‘쌀랑해요 주얼리’다.
이름부터 어찌나 귀여운지.
다채로운 색의 쌀알이 등장했고, 각자의 손에는 흰 쌀알이 든 종이컵과 매직이 주어졌다.
매직을 종이컵 안에서 마구 돌려주니 쌀알이 물들기 시작했다.
파란색, 노란색, 주황색. 쌀알에 각자 원하는 색을 입히면 준비 끝이다.
목걸이 틀 위로 레진을 조심스럽게 펴 바른 뒤, 쌀알을 핀셋으로 조심스럽게 하나씩 배치했다.
모양을 만들어도 좋고, 여러 색을 섞어도 좋다. 자신만의 작품을 만드는 시간이니까.
쌀알 하나를 놓을 때마다 집중력과 창의력이 높아지는 기분이었다.
배치가 끝난 쌀알 위로 다시 레진을 붓고 잠시 인내의 시간을 가졌다.
UV 램프로 레진을 굳혀줘야 한다.
3분에서 5분 정도,
기대감에 들뜬 마음을 가라앉히며 램프를 비춘 끝에 나만의 목걸이가 완성되었다.
목걸이를 목에 걸고서, 빠르게 과일 모찌도 만들어 보기로 했다. 계절에 따라 과일이 달라지는데,
이번엔 방울토마토와 귤을 활용했다.
과일의 물기를 제거하고 앙금을 조금씩 얹었다.
앙금은 팥과 흰 강낭콩, 두 가지다.
취향껏 골라 넣으라는 마을의 센스다.
따끈한 찹쌀 반죽을 살살 펴서 앙금 얹은 과일을 감쌌다.
손으로 잘 다듬으며 모양을 잡아주고,
겉면에 고운 전분 가루를 묻히면 또 하나의 체험도 클리어다.
남은 반죽과 앙금으로는 오리지널 찹쌀떡을 만들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을 책임질 간식까지 완벽하게 준비되었다.
그 사이 수박떡도 맛있게 익었다.
김이 폴폴 나는 수박색 떡을 꺼내 삼각형으로 자르고 그 위에 초콜릿을 콕콕 올렸다.
마지막으로 막대기를 하나씩 꽂았더니 생긴 게 영락없이 수박바다.
비 오는 날 먹는 갓 쪄낸 떡이라니. 호호~ 불어가며 크게 베어 물었다.
입안 가득 행복감이 부드럽게 퍼졌다.
알록달록한 수박떡바로 든든하게 배를 채우고,
반짝이는 쌀 목걸이로 멋도 냈으니 이제 여름을 즐겨 볼까.
마침 부여기와마을 풀장이 개장했다.
올해 이용 기간은 7월 12일부터 8월 24일까지.
투숙객이 아니어도 누구나 방문해 물놀이를 즐길 수 있다.
부여기와마을의 풀장은 시설이 잘 갖추어져 있다.
샤워장과 탈의실은 기본, 야외 테이블에 매점까지 갖췄다.
가족 단위 방문객을 위해 미취학 아동용 미니 풀장도 마련했다.
구명조끼에 튜브도 준비되어 있으니 수영복만 챙겨가면 된다.
실내에서 체험을 즐기는 동안 빗줄기가 더 굵어졌다. ‘물놀이를 할 수 있을까?’라는 걱정도 잠시.
풀장 위로 설치된 지붕을 보자마자 고민 없이 물로 뛰어들었다.
지붕을 때리는 빗소리를 들으며 첨벙첨벙 물장구를 쳤다.
안전한 우중 수영이라니, 이게 바로 여름의 낭만이지.
한바탕 신나게 물놀이를 즐긴 뒤, 수건으로 물기를 닦으며 잠시 숨을 돌렸다.
빗줄기도 어느새 잦아들었고, 촉촉한 공기 속에 마을 풍경이 더욱 싱그럽게 느껴졌다.
비에 젖은 풀 냄새를 맡으니 툭, 마음의 소리가 나왔다.
“오길 진짜 잘했잖아.”
비가 와도, 햇볕이 따갑게 내리쬐어도 이제 걱정 없다.
부여기와마을에선 달콤하고 시원한 체험이 늘 우리를 기다리니 말이다.
천 년 전 기와를 굽던 이 자리에선 계절마다 다른 추억이 기다리고 있다.
또 어떤 이야기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지,
벌써 다음 만남이 기대된다.
< 부여기와마을 >
🏡 위치: 충청남도 부여군 부여읍 월함로 277
📱 전화: 041-834-8253
🌐 홈페이지: http://www.부여기와마을.kr
👐 체험프로그램: 수박떡바 만들기(12,000원), 쌀랑해요 주얼리(15,000원),
과일 모찌 만들기(12,000원), 풀장 체험(미취학아동 5,000원, 초중고 6,000원, 성인 7,000원)
🕒 풀장 이용 시간: 09:00~17:00(2025년 7월 21일~8월 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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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부여박물관
백제의 문화재를 중심으로 부여의 역사를 만날 수 있는 곳이다.
약 15,000여 점의 유물을 소장 중이며 총 네 개의 전시실을 갖추었다.
부여시외버스터미널에서 차로 5분, 도보로 15분 거리에 있어 접근성이 좋은 여행지다.
시대순으로 주요 전시를 보다 보면 자연스레 한 곳에서 걸음이 멈춘다.
우리나라 금속공예의 걸작 중 하나인 백제금동대향로를 전시한 공간에서다.
연꽃 봉오리 모양의 몸체와 그 위를 지키는 봉황에서 정교한 기술이 돋보인다.
1층 로비에서는 백제금동대향로와 백제 문양을 소재로 한 디지털 실감 영상이 상영된다.
10시부터 17시까지, 12시를 제외한
매시 정각에 영상을 시청할 수 있다.
< 국립부여박물관 >
🏡 위치: 충청남도 부여군 부여읍 금성로 5
🕒 운영시간: 09:00~18:00(관람 종료 30분 전까지 입장 가능)
🚫 휴관일: 매주 월요일, 매년 1월 1일, 설날 및 추석 당일
💲 관람료: 무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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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림사지박물관
국립부여박물관에서 도보 10분 거리에 정림사지가 있다. 백제를 대표하는 사찰인 정림사의 터다.
정림사는 6세기에 건립되었다가 백제 멸망 당시 화재로 소실된 것으로 추정된다.
지금은 국보로 지정된 정림사지 오층석탑만이 남아있다.
바로 옆 정림사지박물관도 함께 둘러보자.
정림사에서 출토된 약 1,000여 점의 유물을 바탕으로
정림사의 역사와 발굴 과정 그리고 백제의 불교문화를 보여주는 공간이다.
그중 ‘정림사지 인피니티 룸’은 거울과 조명을 활용한 독특한 전시실이다.
유물들이 무한하게 확장되는 듯한 환상적인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 정림사지박물관 >
🏡 위치: 충청남도 부여군 부여읍 정림로 83
🕒 관람 시간: 하절기(3월~10월) 09:00~18:00, 동절기(11월~2월) 09:00~17:00
🚫 휴관일: 매주 월요일, 매년 1월 1일, 설날 및 추석 당일
💲 관람료: 무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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