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 함께 숨 쉬는 마을 보은 두메마을 하루 여행작성일 | 2026-03-10
자연과 함 께 숨 쉬는 마을
보은 두메마을 하루 여행

서울에서 차로 세 시간 남짓,
충북 보은의 산자락에 자리한 작은 마을에 닿았다.
속리산이 품어주는 이곳,
두메마을에는 '보나콤'이라는 공동체가 있다.
보나콤은 1998년부터 이 땅에서 농촌을 살리겠다는
꿈을 안고 삶을 일궈온 사람들의 모임이다.
그들은 좋은 땅, 좋은 사람, 좋은 열매를 지향한다.
3년 전 탄소 중립 선도마을로 선정된 이 마을에서
그 말의 무게를 눈으로 확인하고 싶었다.

마을회관 너머로 낮은 돌담,
안쪽으로 목조 주택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공동체 구성원들이 손수 설계하고 지은 집들이다.
마을 사무장이 앞장서며 소개했다.
"봄이 되면 연산홍이 새빨갛게 피고,
저 연못엔 연꽃이 가득 펴요.
여기가 그냥 꽃동산이 돼버려요.”
사계절 저마다의 빛을 품는 곳이지만,
눈앞에 펼쳐진 이른 봄의 마을도 충분히 정겨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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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사이클링 브로치 만들기

마을 작업장에 들어서자,
테이블 위에 크고 작은 청바지 조각들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우리 마을이 탄소 중립 선도마을이잖아요.
친환경의 의미를 살릴 수 있는 활동을 고민하다가
버려지는 청바지로 브로치를 만들게 됐어요.”
사무장의 말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제작 과정은 제법 간단했다.
청바지 조각에 양면테이프를 붙이고 반으로 접은 다음,
가위로 0.5cm 간격으로 가늘게 자른다.
잘게 자를수록 꽃잎 모양이 섬세하게 나온다.
서두르다 보면 균일한 간격을 맞추기 어려워,
천천히 리듬을 타며 잘라야 했다.
그렇게 자른 조각을 돌돌 말아
글루건으로 고정하기만 하면,
장미 모양 브로치 한 송이가 완성이다.


마무리는 꽃장식이었다.
테이블에 늘어놓은,
작은 꽃 모양 장식 중에서
마음에 드는 것을 골라 붙였다.
누구는 한 송이만, 누구는 세 송이,
누구는 색다른 느낌으로 배치하겠다며 개성을 살렸다.
저마다 다른 표정의 브로치를 만든 셈이었다.
청바지 색깔이나 꽃장식에 따라 분위기가
사뭇 달라지는 것도 관전 포인트였다.

"정답은 없어요.
예전에 방문했던 중학생들은 브로치에 그치지 않고,
가방에 부착하는 작품을 탄생시키기도 했어요.
창의적으로 하면 뭐든 되더라고요."
사무장의 말처럼,
버려질 뻔한 천 조각이 새 생명을 얻는 순간이었다.
손에 쥔 브로치 하나가 작지만 묵직하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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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 양계장과 수경재배: 먹거리에 담긴 철학

작업장 옆으로 발걸음을 옮기자
친환경 양계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양계장 다섯 동에서 약 2,000수의 닭이 자란단다.
항생제를 비롯한 어떤 약도 쓰지 않고,
암수가 함께 생활하며 모래 목욕이 가능하도록
자연환경에 가까운 환경을 만들어 놓았다고.
낙엽을 깔아주고 쌀겨, 볏짚, 목재 칩과
물을 뿌려 바닥이 발효되도록 관리한다는 것이다.


사무장이 사료통 두 개를 들어 보였다.
"저건 일반 사료예요.
옥수수가 90% 가까이 들어가죠.
우리 닭들은 여기에 쌀겨, 깻묵을 섞어
마을에서 빚은 발효사료를 먹어요.
깻묵이 들어가면 오메가3 지방산이
균형을 맞춰주거든요.”

먹이의 차이는 달걀 맛의 차이로
이어진다는 설명이 따라왔다.
마을 달걀은 한 알에 800원 정도.
시중에서 파는 달걀보다는 비쌀 수 있지만,
이 양계장의 달걀은 전량 직거래로 판매된다.
전화 한 통으로 정기 주문을 넣어두는 단골도 많다.


수경재배 하우스도 둘러보았다.
영양액 자동 공급 시스템으로 운영되는
이 하우스에는 친환경 무농약 쌈채들이
줄지어 자라고 있었다.
진청치마, 오크린, 적겨자 등
낯선 이름의 채소들이 저마다 색을 뽐냈다.

"1박 2일 체류형 체험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방문객이 많아요.
그렇게 오시는 분들에게는
항아리로 고기를 구워드리는데요.
여기서 갓 거둔 쌈채를 곁들일 수도 있죠.
현장에서 바로 따서 먹으니까
정말 싱싱하거든요.
건강에도 좋고요.”
갓 거둔 채소로 차린 밥상이
떠올라 입안에 군침이 돌았다.


마을 한쪽에는 공동체가
직접 꾸리는 방앗간이 있었다.
2020년부터 스스로 참기름과 들기름을
생산하기 시작한 공간이다.
국산 참깨와 들깨를
저온으로 로스팅하고 압착해 기름을 짜낸다.
"기름 짜는 날이면 마을에 고소한 향이
은은하게 퍼져나가요.
어르신들이 손수 기른 깨를
가져와서 짜달라고 하시기도 하죠.”
180ml와 300ml 두 가지 용량으로 판매하는
이 기름은 보나팜 온라인 몰에서도 구매할 수 있다.

낮의 활동이 끝날 즈음,
저녁 준비를 시작했다.
마당 한쪽에 항아리 화로를 꺼내놓고 고기를 구웠다.
수경재배 하우스에서 그날 수확한 쌈채도 상에 올랐다.
농약 없이 키운 채소를 손수 거두고,
바로 그 자리에서 고기에 얹어 먹는 것이었다.
아침에 눈으로 확인했던 양계장에서 나온
달걀이 반찬으로 올라오기도 했다.
먹거리의 시작과 끝을 마을 안에서 경험하는 밥상이었다.

저녁까지 먹고 난 후에는 밤하늘로 눈을 돌렸다.
마을에는 천체 망원경이 갖춰져 있어,
별이 쏟아질 듯한 밤하늘을
마음껏 관찰할 수 있었다.
어둠이 짙어질수록
별이 선명하게 모습을 드러냈다.
도시에서는 좀처럼 만나기
어려운 밤하늘이었다.
주변에 빛을 내뿜는 공장 하나 없는
산골 마을이기에 가능한 풍경이지 않았을까.
천체 관측이 끝나도 밤은 계속되었다.
마당에 장작불을 피워놓고 불멍을
즐기는 시간이 이어졌다.
불꽃이 흔들리는 소리,
이제 막 겨울잠을 마치고 나온 개구리들이
쉴 틈 없이 울어대는 소리.
밤은 그렇게 깊어 가고 있었다.
보은 두메마을
🏡 위치: 충청북도 보은군 산외면 대원길 1-9
📱 문의: 010-3374-1863
🌐 홈페이지: bonafarm.com
🏠숙박: 1박 6만 원 (방 1실 기준, 성수기 구분 없음)
💲1박 2일 패키지: 1인 약 10만 원 (숙박+식사+활동 포함)
단독 프로그램: 5,000~10,000원 (식사비 포함 시 상이)
✔️ 최소 인원: 약 10명 내외 (소규모 그룹 별도 문의)
📢 운영 프로그램: 업사이클링 브로치 만들기, 맷돌 커피, 달걀빵, 연잎밥(여름), 쌈채 수확, 별 보기, 불멍 등
계절에 따라 상이
온라인 구매: 보나팜 (달걀, 들기름, 쌈채 등)
참고: 프로그램은 계절·마을 사정에 따라 운영되므로 사전 전화 문의 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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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화카페

자연 속에서의 꽉 찬 하루가 못내 아쉽다면,
돌아가는 길에 차분한 쉼표 하나를 더할 공간이 있다.
두메마을에서 차로 15분 거리,
산외면에 자리한 일상화카페가 그 주인공이다.

폐교를 리모델링해 만든 공간으로,
하얀 건물과 나무 문의 조화가 눈길을 먼저 잡아끈다.
안으로 들어서면 교실 구조를 살린
카페 내부가 나타난다.
세월이 담긴 창틀과 원목 테이블,
창으로 스며드는 햇빛이 어우러져
오래 머물러도 불편하지 않다.
어릴 적 교실 풍경이
은근히 겹쳐 보이는 묘한 정겨움이 있다.


복도 한쪽으로는 갤러리 겸 굿즈숍이 이어져 있어,
커피를 들고 천천히 둘러보는 재미가 있다.
운동장 한쪽에서는 글램핑 시설을 운영하기도 한다.
날이 따뜻한 계절에는 숙박과
바비큐까지 함께 즐길 수 있다.
두메마을에서의 시간을 마친 뒤
마지막으로 발걸음을 쉬어가기에
딱 알맞은 공간이다.
일상화카페
🏠 위치: 충청북도 보은군 산외면 성암가고로 235-6
🕒 운영시간: 매일 10:00~20:00 (라스트오더 19:45) / 연중무휴
✔️ 부대시설: 글램핑·바비큐장(일상화글램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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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당고택

보은에서의 여정을 갈무리하기 전,
속리산으로 향하는 길목에 들를 만한 곳이 있다.
소나무 숲 사이로 웅장한 기와집이 모습을 드러낸다.
우당고택, 정식으로는 선병국 가옥이라 불리는 이곳은
1919년에서 1921년 사이에 지어진 전통 가옥이다.
당시 4만 평에 이르는 부지 중
2만 평은 집으로,
나머지 2만 평은 소나무 숲으로
조성했다고 전해진다.
자연과의 조화를 중히 여겼던
집주인의 안목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고택은 크게 사랑채와 안채, 사당으로 구성된다.
현재 안채는 후손이 거주 중이라
내부 관람은 어렵지만,
돌담길과 사랑채 등 개방된 공간을
자유롭게 둘러볼 수 있다.
담장 너머로 켜켜이 쌓인
세월이 느껴지는 기와 선,
계절마다 빛깔을 달리하는 마당의 나무들이
고즈넉한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고택에서 하룻밤 머물며
옛 공간의 정취를
온전히 느껴보는 것도 가능하다.
우당고택
🏠 위치: 충청북도 보은군 장안면 개안길 10-2
🕒 관람시간: 상시 개방 (안채는 현 소유자 거주 중, 내부 출입 불가)
💲 입장료: 무료
주차: 무료 / 방문 전 보은군청(043-540-3114) 문의 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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