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 치유를 찾아 떠난 무안 월선체험휴양마을작성일 | 2026-04-23
봄날, 치유를 찾아 떠난
무안 월선체험휴양마을

언젠가부터 쉬는 일에도 욕심을 부렸다.
더 많이 보려고,
더 많이 먹으려고,
더 많이 담으려고.
이번에는 그러지 않기로 했다.
속도를 늦추는 것이 이 여행의 목적이었다.

무안 월선체험휴양마을로 향하는 길은
그 분위기를 미리 만들어주었다.
한가로운 시골길을 따라 들어가는 동안
액셀에서 발이 자연스럽게 떨어졌다.
저수지가 보이는 마을에
차를 세우고 문을 여니 새소리가 들렸다.
여기서라면 가능할 것 같았다.
일상의 속도를 늦추는 여행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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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안 월선체험휴양마을

“자, 이거 한 잔씩 먼저 드세요. 웰컴 티입니다.”
마을 대표님이 따뜻한 차를 건넸다.
마을에서 수확한 개복숭아로 담은 청이라고.
그러고 보니 마을로 들어오는 길목에
복숭아나무가 많이 보였다.


월선(月仙)은 달과 신선을 뜻한다.
산이 병풍처럼 마을을 감싸고,
그 앞으로는 월선 저수지가
자리한 아늑한 지형.
마치 구름이 달을 감싼 듯 아름다워
신선이 노니는 듯한 풍경에서 유래한 이름이다.
“신선이 뭘 많이 먹죠?”
대표님의 질문에 이내 무릎을 치며 외쳤다.
“복숭아네요!”


달과 신선이 머무는 마을은
치유마을이라는 이름으로도 불린다.
자연과 예술, 농업을 접목한 치유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방문하는 이들의 쉼을 돕는다.
치유의 힘은 자연에서 받는다.
그래서 정한 우리의 첫 번째 체험은
자연을 몸으로 느끼는 쑥 캐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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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의 향기 한 움큼, 쑥 캐기 체험


대표님을 따라 저수지를
향해 천천히 걸었다.
마을의 중심인 월선 저수지로
향하는 길은 길지 않았다.
보통의 속도로 걸었다면 5분이면
도착했을 거리지만,
세 걸음에 한 번꼴로 멈춰 섰다.


발걸음을 느리게 만든 것은
자연을 향한 아이들의 호기심이었다.
“선생님! 이건 뭐예요? 저건 무슨 꽃이에요?
나무 이름이 궁금해요!”
40년 동안 무럭무럭 자라난 버드나무와
채도 다른 꽃을 피워내는 복숭아나무가
질문을 자아냈다.
십여 마리의 개구리와
도롱뇽 알을 보며 환호를 지르기도 했다.


평소라면 그냥 지나쳤을 것들이
마음을 사로잡았다.
길가의 민들레는 어찌나 탐스럽게 피었는지,
아이들에게 팔찌와 반지를 만들어주었다.
봄나물 캐기를 흔하디흔한
농촌체험프로그램 정도로
생각했을 뿐인데.
뜻밖에 자연과 친해지는 시간이 되었다.

둑에 다다르자 월선 저수지가 펼쳐졌다.
“마을을 좀 보세요. 전형적인 배산임수 형태지요.”
승달산 산줄기와 옹기종기 모인 집
그리고 저수지까지,
과연 명당이라 할 만하다.



저수지 옆 둑은 자라나는 초록으로 가득했다.
꽃과 나무에 대한 설명을 들으며 걸어온 덕분인지,
단순히 '풀이 많다'가 아니라
‘봄이 이미 이렇게 많이 와 있구나’ 싶었다.
아이들의 호기심에는 여전히 끝이 없었고,
땅 위로 솟은 각종 풀에 관심을 보였다.

봄기운 머금은 저수지 한 번 보고
아래를 한 번 볼 때마다
쑥이 눈에 들어왔다.
“여기 보이는 게 다 쑥이에요. 약을 치지도 않았고,
자연에서 깨끗하게 자랐으니 보약이 따로 없죠.”
부쩍 포근해진 날이었지만
날씨는 마침 살짝 흐렸다.
덕분에 덥지도 뜨겁지도 않게
보약, 아니 쑥을 캐기 시작했다.


쑥은 뿌리째 뽑지 않는다는 것을
이날 처음 제대로 알았다.
뿌리를 남겨두어야
다음에 또 자라기 때문이라고 했다.
"윗부분만 탁 끊으면 돼요."
처음 몇 번은 어디를
잘라야 할지 몰라 어설펐는데,
요령이 생기니 어느새 손놀림이 한결 빨라졌다.

쑥을 잘라낼 때마다 달고,
쌉쌀하며, 따뜻한 풍미가 올라왔다.
봄을 상징하는 것만 같은 그 냄새였다.
어릴 때 마을 뒷산에서
쑥을 잔뜩 캐서 돌아온 엄마에게서 났던,
바로 그 향기.
마음 한구석 깊이 자리하고 있던
추억이 몽글몽글 올라오는 게 느껴졌다.


바구니 안에 쑥이 가득해질 무렵,
마음에도 그 향이 짙게 배어 있었다.
차에 타서도, 집에 돌아온 뒤에도
한참 남아 있던 봄 내음.
봄이 이렇게 오래 머문다는 것을
알게 된 날이었다.
ㅡ
내 손끝으로 가꾸는 행복, 이끼 테라피


쑥을 캐고 돌아와 체험장으로 들어갔다.
테이블 위에 너른 판과 흙,
볼에 담긴 식물이 보였다.
흔히 보이는 이끼였다.
두 번째 체험은 이끼 테라피.
이끼를 활용한 원예 치유 프로그램으로
직접 이끼를 만지고 다듬으며
교감하는 시간이다.


이끼는 마을에서 미리 채집하고
구연산으로 세척해 깨끗하게 만든 상태였다.
우리의 역할은 이끼 사이에 섞인
잡초를 제거하는 일.
제대로 골라내지 않으면
화분에서 잡초가 자란다는 설명에
눈과 손에 잔뜩 힘을 주고 집중했다.


잡초를 제거한 이끼를 흙에 올리고
토닥토닥 보듬듯이 눌러주었다.
“이끼는 뿌리가 없어요.
흙 위에 눌러주기만 해도 표면에 붙어서 자라게 되죠.”
이끼를 다듬고 흙 위에 눌러주고
물을 뿌려주는 작업을 반복했다.


시간은 얼마나 흘렀을까.
어느새 마음은 조용해지고
다른 생각이 끼어들 틈이 없었다.
“명상하는 기분이에요.” 라고 말하자
대표님이 웃으며 말했다.
“일상의 모든 순간은 명상이 될 수 있어요.”
왜 이곳을 치유마을이라고
부르는지 이해가 되는 순간이었다.


이끼를 다 심고
촉촉하게 물을 주면 완성.
천연 가습 효과는 물론
나무 약 15그루의 역할을 할 정도로
탄소중립 효과도 좋다고 한다.
지구에서 가장 오래된 식물의 위엄이다.
그뿐일까. 심리적 안정에도 도움이 된다.
“아침에 물을 주고서 한참을 바라봐요.
물방울 맺힌 게 얼마나 예쁜지 몰라요.”
설명을 듣는 것만으로도 미소가 지어졌다.



체험을 마치고 나오는 길,
‘전남(농촌)에서 살아보기’ 현수막이
우리의 관심을 끌었다.
체험이 진행된 마을 다목적회관 2층은 숙소다.
방에는 침대가 놓여 있고,
치유실에는 온열 찜질기와 족욕기가 비치되어 있다.
온전히 쉼을 위한 공간이다.


건물 밖 텃밭에서는 상추와 브로콜리,
콜라비가 자라고 있었다.
약을 하나도 치지 않은 덕분에
상추 줄기 윗부분을 가볍게 톡 따서
그대로 입에 넣었다.
바로 지금 이 시기에만
먹을 수 있다는 말에
입안의 봄 내음이 짙게 다가왔다.
짧은 머무름으로도 행복이 충만해졌다.
먹고, 쉬고, 손으로 뭔가를 만들고,
저수지 둘레를 산책하는 시간.
월선체험휴양마을에서의 반나절은
살고 싶은 일상의 모습을 닮았다.
월선체험휴양마을
📍 위치: 전남 무안군 청계면 예술촌길148
📞 전화: 061-452-5556
👐 체험프로그램: 봄나물 체험(1만원), 이끼 테라피 체험(3만원)
* 체험은 10인 이상 가능
* 연2회 초당대학교 콘도르비행교육원과의 협업으로
비행 시뮬레이터 체험 프로그램 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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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안 전통생활문화 테마파크


마을에서 차로 15분 거리에
폐교를 그대로 살린 이색 공간이 있다.
옛 몽탄남초등학교 건물과
운동장에 1960~80년대 풍경을 재현한
무안 전통생활문화 테마파크다.


이곳에 모인 유물들은
무안의 수집가 윤근택 선생이
평생 수집한 자료들이다.
실내에는 쌀집, 사진관, 다방이
늘어선 골목의 옛 모습이 재현되어 있다.
오래된 교실도 빠질 수 없다.
풍금과 낮은 책걸상, 도시락에 교복까지
진열된 물건들 하나하나가
저마다의 과거를 소환한다.


운동장이었을 야외 또한 전시장이다.
대장간과 우마차, 말뚝박기를 하며
노는 아이들 모형이 곳곳에 보인다.
어쩐지 시끌시끌한 동네 구경을 하는 기분이다.
입장료는 전액 무안사랑상품권으로 환급되니
월선체험휴양마을과 함께 들러 보자.
무안 전통생활문화 테마파크
📍 위치: 전남 무안군 몽탄면 사옥길12
📞 문의: 061-453-2428
💵 관람료: 어른 2,000원, 청소년 및 어린이 1,000원
⏰ 운영 시간: 09:00~18:00(11월~2월17:00까지)
📆 휴관일: 매주 월요일, 1월1일, 설날 및 추석 당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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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의선사 탄생지

과거로의 왁자지껄한 시간 여행을 마쳤다면,
이제는 고요한 차향 속에서
마음을 다독일 차례다.
초의선사는 명맥만 이어오던
한국의 차 문화를 이론과
실천 양면에서 중흥시킨 인물이다.
다산 정약용에게 다도를 가르쳤고,
추사 김정희와는 차 한 잔을 사이에 두고
평생 우정을 나눴다.
그의 탄생지도 무안에 있다.


1997년 초의선사가 문화인물로 선정된 것을 계기로
무안군이 탄생지 복원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했다.
지금은 복원된 생가와 기념 전시관,
차 역사관, 차 문화 체험관이 들어서 있다.
입구에서부터 언덕을 따라 이어지는
차나무밭이 방문자를 맞이하고,
정자는 잔잔한 풍경을 품고 서 있어 평온하다.


매년 음력4월5일 초의선사 탄생일 전후로는
초의선사탄생문화제가 열려
다도 시연, 차 시음 등 다양한 행사가 진행된다.
들판에서 쑥을 캐고 이끼 숲을 만든 손으로,
이곳에서 조용히 차 한 잔을 우려 보는 것은 어떨까.
초의선사 탄생지
📍 위치: 전남 무안군 삼향읍 초의길30
📞 문의: 061-285-0300
💵 관람료: 무료
⏰ 운영 시간: 09:00~18:00 (입장 마감 17:00)
📆 휴관일: 매주 월요일, 1월1일, 설날 및 추석 당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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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안군 오승우 미술관


초의선사탄생지 바로 옆에는
한국 서양화의 거장 오승우 화백의
이름을 딴 미술관이 있다.
화백이 평생 작업한 작품 175점을
무안군에 기증하면서 2011년 문을 연 군립미술관이다.


상설전시실에는
'십장생도', '동양의 원형', '한국의 100산'
연작 등 주요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소나무, 학, 해와 달처럼 친숙한 소재들이
서양화 기법을 통해 새롭게 표현된 작품들은
보는 사람에 따라 익숙하면서도
낯선 인상을 준다.
주말에는 미술 체험 프로그램이 진행되니
아이와 함께 방문하기에도 좋다.
무안군 오승우 미술관
📍 위치: 전남 무안군 삼향읍 초의길7
📞 문의: 061-450-5482
💵 관람료: 무료
⏰ 운영 시간: 09:00~17:30 (입장 마감 17:00)
📆 휴관일: 매주 월요일, 1월1일,
설날 및 추석 당일(12:00~13:00 점심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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