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법, 서산 초록꿈틀마을작성일 | 2026-05-12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법,


서산 초록꿈틀마을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법,  서산 초록꿈틀마을


5월의 첫 주, 충남 서산으로 향했다.

서울에서 차로 두 시간 남짓.
서해안고속도로를 빠져나오자
너른 들판이 시야에 펼쳐졌다.

모내기를 앞둔 논에는
물이 가득 차 하늘을 비추고,
논둑마다 노란 민들레가 점점이 피어 있었다.
목적지는 서산시 음암면에 있는 ‘초록꿈틀마을’.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법,  서산 초록꿈틀마을


초록꿈틀마을은 그 이름처럼
‘땅속 생명이 꿈틀거리는’ 동네다.
땅을 경운하지 않고, 풀을 뽑지도 않으며,
농약과 비료도 치지 않는 방식으로 농사를 짓는다.
호주에서 시작된 ‘퍼머컬처(Permaculture)’라는 개념이다.

처음 듣는 단어 앞에서 잠시 머뭇거렸지만,
동네 한가운데 펼쳐진 텃밭에
발을 들이는 순간 그 의미가
천천히 다가오기 시작했다.




땅을 갈지 않고 키우는 밭, 퍼머컬처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법,  서산 초록꿈틀마을


골목을 따라 걷다 보니
동그란 이랑이 줄지어 있는 밭이 나타났다.


일반적인 형태라면 일자로
길게 둔덕을 쌓았을 텐데,
이곳은 마치 동심원을 그리듯
둥글게 흙이 쌓여 있었다.

둥근 재배지 위로는
곤드레와 부지깽이나물, 명이나물, 곰취,
당귀, 피나물 같은 산나물이 빼곡했고,
그 사이로 콩과 수수, 옥수수의 어린 싹이
막 고개를 내밀고 있었다.

한쪽 구석에는 자잘한 노란 꽃이
무리 지어 피어 있었다.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법,  서산 초록꿈틀마을



“여기는 2년 차 밭이에요.

처음 만들 때 삽으로만 두둑을 쌓아서,

온몸이 녹초가 됐죠.”



퍼머컬처를 이끄는 마을 기획자의

목소리에는 웃음이 묻어 있었다.

“퍼머컬처는 영어로 퍼머넌트 컬처(Permanent Culture),

그러니까 ‘지속 가능한 농업 문화’예요.


세 가지를 안 합니다. 땅을 갈지 않고요,

풀을 뽑지 않고, 농약이랑 비료도 안 줘요.”



여기서 말하는 지속 가능한 농업 문화란
단순히 농기계를 사용하지 않는 정도가 아니다.


매년 흙을 갈아엎지 않아
땅이 가지고 있는 고유의
흙 속 미생물 군집과 뿌리균 네트워크가
유지될 수 있도록 한다는 의미이다.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법,  서산 초록꿈틀마을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법,  서산 초록꿈틀마을


비료를 주지 않는다면
작물은 무얼 먹고 자랄까.
그는 두둑 아래 깔린 갈색 멀칭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솔잎이었다.

이 솔잎들이 일 년쯤 지나 부엽토가 되면,
그것을 다시 이랑 위에 올려
거름으로 삼는다고 했다.


밭에서 자란 풀과 잎이
다시 양분으로 되돌아오는,
완전한 순환 구조다.

풀을 뽑지 않는 데에도 까닭이 있다.


자꾸 뽑으면 땅속의 풀씨가 위로 올라와
잡초가 더 무성해진다는 것.
자연의 리듬을 따르는 셈이다.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법,  서산 초록꿈틀마을



둥근 흙더미를 빚은 데에도 이유가 있었다.



“가장자리를 늘리려고요.

평지에서는 닿는 면적이 별로 없잖아요.

그런데 이렇게 두둑을 많이 만들면,

그 양옆이 다 생태계의 접점이 되거든요.


풀도 그렇고 동물도 그렇고,

경계면에서 생명력이 가장 폭발적이에요.”



설명을 듣자 밭들이 서로 다르게 보였다.
동근 모양의 이랑마다
작은 생태계가 살아 숨 쉬고 있었다.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법,  서산 초록꿈틀마을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법,  서산 초록꿈틀마을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법,  서산 초록꿈틀마을



작물 배치에도 지혜가 깃들어 있었다.
옥수수와 콩과 수수가 함께 심긴 구역에서
그 지혜를 엿볼 수 있었다.

콩이 자라며 흙의 질소를 공급하고 풀을 막아주면,
옥수수는 위로 곧게 자라
다른 덩굴식물이 타고 오를 지지대가 되어준다.
서로 도우며 자라는 작물을
한자리에 심는 ‘혼작’의 원리이다.



“쌈 채소와 부추와 깻잎이 같이 자라는

시골 어머님들 텃밭,

그게 사실은 다 퍼머컬처예요.


어머님들은 자격증만 없을 뿐

이미 훌륭한 퍼머컬처 전문가십니다.”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법,  서산 초록꿈틀마을


이곳에서는 매년 ‘퍼머컬처 디자이너 과정’을 운영한다.
국제 표준에 따라 총 72시간을 채우는
1년짜리 교육 프로그램.

200~300평 규모의 밭 한 곳을 공유지로 내놓으면,
도시에서 찾아온 교육생들이
한 달에 한 번씩 들러 함께 둔덕을 가꾸고
작물을 심고 수확까지 해본다.

그렇게 한 해의 마지막에 이르면
디자이너 자격증이 발급되는 식이다.
사이트는 사실상 밭이자 학교였고,
작은 공동체인 셈이다.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법,  서산 초록꿈틀마을



“6월이나 7월쯤 되면 라벤더 같은

서양 허브들이 한꺼번에 올라와요.


그때는 허브 약품 워크숍을 열기도 해요.

여기서 자라는 한약재를 불에 달여서,

옛날 어르신들이 쓰시던 민간요법 상비약을 만드는 거죠.”



5월 초의 텃밭에는 아직 어린 싹들이 많았지만,
곧 다가올 초여름의 모습이 머릿속에 펼쳐졌다.
라벤더 향이 풍기는 밭에서,
사람들이 모여 자기 손으로 약을 만드는 광경 말이다.




서산에서 가장 큰 유기농 벼단지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법,  서산 초록꿈틀마을


텃밭을 둘러본 뒤,
마을 기획자를 따라 아래쪽으로 내려갔다.

너른 평야에 모내기를 앞둔 논이
끝없이 펼쳐진 풍광.


어떤 논에는 이미 물이 채워져
수면 위로 하늘이 반사되었고,
막 갈아엎어 검은 흙내음을
짙게 풍기는 논도 눈에 들어온다.


“여기가 서산에서 제일 큰 유기농 벼단지예요.

제가 알기로는요.”



그의 목소리에 자부심이 묻어났다.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법,  서산 초록꿈틀마을


초록꿈틀마을 주민들은
20년 가까이 친환경 농업운동을 이어왔다.


농민단체 활동에 적극적이었던
마을 원로들이 학교 급식 운동에 동참하면서,
차근차근 유기농 인증을 확대해갔다.

지금은 이곳에서 거둔 친환경 쌀이
인근 학교 급식으로 거의 100% 출하된다.
까다로운 인증 절차를 공동체 단위로
통과한 사례라, 충남 일대에서도 손꼽히는 곳이다.




느슨하게 잘 사는 사람들의 마을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법,  서산 초록꿈틀마을


들녘 산책을 마치고 마을센터에 들어섰다.

거창한 사업장이라기보다는
사랑방 역할을 하는 곳.
부녀회와 마을회,
그리고 퍼머컬처 모임이
각각 따로 있다고 했다.

작지만 단단한 공동체 여럿이
한 동네 안에 겹겹이 깃들어 있는 셈이었다.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법,  서산 초록꿈틀마을


이곳에서는 텃밭에서 자란 작물로

작은 파티가 열리곤 한다.

직접 기른 쌀로 막걸리를 빚고,
텃밭의 서양 허브와 바지락을 엮은
봉골레 파스타를 만들기도 하며,
양봉을 하는 주민이 모은 꿀로
미드 와인까지 담근다.



“직접 키운 재료로 술을 담근다는 건

농사의 완성이나 다름없죠”



자랑스레 이야기하는 그의 표정이 환했다.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법,  서산 초록꿈틀마을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법,  서산 초록꿈틀마을


이 너른 공간은 외부 방문객을 위한
만들기 체험장으로도 변신한다.

손에 가장 먼저 잡히는 건 볏짚.
마을 들녘에서 거둔 짚을 엮어
물고기, 복조리, 리스, 달걀꾸러미까지
다양한 모양으로 빚어내는
공예 프로그램이 만 원 안팎에 진행된다.

거친 줄기를 손가락으로 비비고
매듭을 묶다 보면,
평소 쉬이 닿지 않던
농경의 감각이 살아난다.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법,  서산 초록꿈틀마을


부엌으로 자리를 옮기면
또 다른 결의 작업이 기다린다.

직접 재배한 현미를 한입 크기로
빚어낸 현미 카나페, 다섯 빛깔의 채소를 곁들인
오색 주먹밥, 콩을 갈아 빚는 우리콩 두부까지.
모두 마을에서 난 재료에서 출발하는 음식체험이다.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법,  서산 초록꿈틀마을


여행객은 이랑에 심긴 땅콩이나
생강을 수확해보는 단순 체험에 참여할 수 있고,
좀 더 깊이 농사 원리를 배우고 싶다면
1년짜리 디자이너 과정에 합류하면 된다.

시기를 잘 맞추면 손모내기,
허브 워크숍, 팜 파티 같은
색다른 자리에 참여할 수도 있다.

다만 모든 프로그램이 계절과 작물의
사정에 따라 유동적이니,
방문 전 미리 전화로
일정을 확인해보는 것이 좋겠다.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법,  서산 초록꿈틀마을


취재를 마치고 나설 무렵,
그가 텃밭에서 막 베어낸
나물을 한 줌 건넸다.

“이거 무쳐 드시면 쌉싸름한 게,
봄의 맛이에요.”


흙냄새가 살짝 묻은 푸른 잎을
받아들고 차에 올라탔다.
차창 너머로 동그란 두둑들이 점점 멀어졌다.
풀을 뽑지 않고 땅을 갈지 않는 그 밭이,
오히려 가장 정성 들여 가꾼 밭처럼 보였다.



서산초록꿈틀마을


📌 위치: 충남 서산시 음암면 두치로 371 도농교류센터

📱 문의전화: 041-668-9900

✔ 모든 체험과 숙박은 사전 문의 필수



체험프로그램

친환경 우리 논 만들기(모내기·벼수확) 15,000원 /
천연 모기퇴치제·유기농 쌀겨 비누 만들기: 10,000원
음식체험(오색채소 주먹밥·콩두부 만들기, 봉골레 파스타 등) 15,000원
이외 농산물 수확, 볏짚공예, 베이킹 등 다양한 농촌 체험 가능




숙박시설(1박 기준)

4인실: 88,000원 /
6인실: 110,000원 /
7인실: 110,000원 /
11인실: 165,000원 / 

객실 이용 시 야외 체육시설·바베큐 시설 무료 이용







해미읍성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법,  서산 초록꿈틀마을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법,  서산 초록꿈틀마을


초록꿈틀마을에서
차로 30분 거리에 있는 해미읍성
조선시대 읍성의 원형이
가장 잘 남아 있는 사적지로 꼽힌다.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법,  서산 초록꿈틀마을


축성 600년 세월을 견뎌낸
성곽을 따라 걸으며 동헌과 객사, 옥사 등
복원·재현된 건축물을 둘러볼 수 있다.
잔디 마당이 너르게 펼쳐져 있어
가족 단위 나들이객도 부담 없이 머물기에 좋다.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법,  서산 초록꿈틀마을


성 안쪽 깊숙이 자리한
송림 산책길은 의외의 보너스.
인근에는 캠핑장과 카페, 마늘빵으로
유명한 작은 가게들도 있어,
산책 후 한두 시간을 더 보내기에도 무리가 없다.



해미읍성


📌 위치: 충청남도 서산시 해미면 남문2로 143

🕑 운영시간: 3~10월 05:00~21:00 / 11~2월 06:00~19:00 (연중무휴)

💲 관람요금: 무료 (주차 무료)





정순왕후 생가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법,  서산 초록꿈틀마을


해미읍성에서 조선시대 성곽의 스케일을 체감했다면,
다음은 조선 왕실의 사적인 영역으로
시선을 옮길 차례다.

서산시 음암면 유계리에 있는 정순왕후 생가
조선 21대 왕 영조의 계비 정순왕후가
태어나 자란 집이다.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법,  서산 초록꿈틀마을


1759년 열다섯 어린 나이에
왕비로 책봉되어 입궐하기 전까지
이곳에서 유년을 보냈다.

사랑채와 안채가 안마당을 사이에 두고
‘ㅁ’자형으로 마주 선 구조가 인상적이며,
충청남도 일대에서는 보기 드문 배치라고 한다.
마당 한쪽을 묵묵히 지키는
약 300년 수령의 느티나무는
정순왕후의 유년 시절 흔적을 가늠케 한다.




정순왕후 생가


📌 위치: 충청남도 서산시 음암면 한다리길 39

🕑 관람시간: 09:00~18:00

💲 관람요금: 무료 (주차 가능)

✔ 참고사항: 사유지이므로 거주자의 생활을 보호해야 하며,

문이 열려 있을 때만 관람 가능




유기방가옥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법,  서산 초록꿈틀마을


왕비의 유년 시절이 깃든 장소를 나와,
이번에는 100여 년 전
양반가의 생활상 속으로 걸음을 옮긴다.

1919년에 지어진 유기방가옥
2005년 충청남도 민속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전통 양반 가옥이다.

안채와 사랑채, 행랑채가 ‘ㅁ’자 형태로 마당을 둘러싸고,
가옥을 감싼 황토 토담은
고택 특유의 아늑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법,  서산 초록꿈틀마을


봄철 수선화 군락으로 유명한 곳이지만,
평소에 방문해도 고즈넉한 분위기를 즐길 수 있다.

특히, 가옥 뒤편 송림 산책로가 매력적이다.
100년이 넘은 소나무들이
야산을 따라 빽빽하게 들어차 있어서다.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법,  서산 초록꿈틀마을


이곳은 사극 촬영지로도 이름을 올려왔다.
2018년 tvN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에서
궁내부 대신 이정문 대감의 집으로 등장한 자리.
한복을 차려입고 사진을 남기는 방문객도 적지 않다.



유기방가옥


📌 위치: 충청남도 서산시 운산면 이문안길 72-10

🕑 운영시간: 매일 08:00~18:00 (연중무휴)

💲 관람요금: 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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