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살아보며 느끼는 농촌, 음성 대실마을작성일 | 2026-06-16
직접 살아보며 느끼는 농촌,
음성 대실마을

당장 도시를 떠나 농촌으로 이주할 마음의 준비도 안 되었고
구체적인 방법도 모르지만,
마음 한구석에는 작은 로망이 있다.
소박하게 밭을 일구며 제철 채소로 밥상을 차리는
그런 로망 말이다.


그저 스쳐 가는 손님이 아니라
마을의 일원이 되어보는 경험이 궁금해 음성 대실마을로 향했다.
농촌 체류형 프로그램인
‘충북에서 살아보기’를 운영 중인 곳이다.
새벽 농촌의 냄새를 알고,
어느 밭을 누가 가꾸는지를 알아가며
머무름을 택한 이들은 어떤 일상을 보내고 있을까.
그게 궁금했다.
ㅡ
음성 대실농촌체험마을


서울에서 출발해 마을로 가는 길,
내비게이션을 보다가 깜짝 놀랐다.
아직 고속도로인데 도착하기까지
시간이 10분밖에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중부고속도로 삼성 IC로 나가 몇 개의 공장을 지나며
‘여기에 정말 마을이 있을까?’라는 의구심이 고개를 들 때 즈음,
풍경이 초록색으로 바뀌더니
곧 음성 대실마을 체험관이 보였다.

톨게이트에서 마을까지 걸린 시간은 단 8분.
충청북도와 경기도가 등을 맞댄 자리,
음성군 삼성면에 대실마을이 있다.
“저기 보이는 마이산 너머가 바로 안성과 이천이에요.”
마을 사무장님은 이곳이 수도권에서 빠져나와
가장 먼저 만나게 되는 전원마을이라 했다.

대실마을에는 잠깐 들러 한두 시간 즐기고 가는 체험 프로그램이 없다.
마을이 운영하는 프로그램은 오직 '충북에서 살아보기' 하나.
며칠이 아니라 몇 달을 머물며
농촌의 삶을 살아보는 체류형 프로그램뿐이다.
그러니 이곳에서 보내는 시간은 구경이 아니라 생활인 셈이다.


체류형 프로그램의 운영 취지는 명확하다.
귀농과 귀촌을 마음에 품은 도시민이 이주를 결심하기 전,
그 삶을 미리 살아보게 하는 것이다.
대실마을은 상반기와 하반기에 한 번씩,
시즌당 세 가구를 모집해 ‘살아보기’를 체험한다.


머무는 동안에는 농촌에서 살아가는 데
필요한 지식과 기술을 배운다.
농촌의 이해, 귀농·귀촌의 이해, 영농교육과 체험 등
커리큘럼이 알차다.
'충북형 도시농부'와 연계해 마을 농가의 일손을 거들기도 하고,
텃밭에서 자신의 농작물을 키우기도 한다.
프로그램이 끝난 뒤에는 정착을 돕는
사후 관리에 공을 들인다고 했다.

해가 뜨거워지기 전, 주민들의 밭일을 거들기로 했다.
먼저 마을 위원장님의 밭으로 향했다.
이곳에서 농작물에 대한 위원장님의
지식과 기술을 배운다고 했다.
참가자들이 직접 심었던 참깨와 어른 키만큼
훌쩍 자란 옥수수 옆으로 복숭아나무가 보였다.


“열매가 다닥다닥 매달려 있는데,
이걸 그대로 두면 제대로 못 커.
남길 열매만 두고 솎아줘야 해.”
베테랑 농부가 거침없는 가위질로 작은 열매들을 잘라냈다.
“아이고, 아까워!” 소리가 절로 나왔지만,
그 과감함이 남은 열매에 영양이 모이도록 길을 터 준다고.


이어서 복숭아 한 알 한 알에 종이봉지를 씌웠다.
병해충을 막고, 빛깔과 당도를 좋게 하기 위한 손길이었다.
하나씩 봉지를 씌우는 일은 단순하고 더뎠지만,
그 더딤이 오히려 좋았다.

한 참가자는 이를 명상에 빗댔다.
"정신없이 사는 것보다,
머리를 비우고 현재에 집중할 수 있어요."
봉지를 씌우는 동작을 반복하다 보니,
그 말의 의미가 손끝으로 전해졌다.


복숭아 작업을 마친 후 향한 곳은
다른 주민의 산딸기 밭이었다.
일손을 거들면서 수확도 해보는 시간,
밭 주인은 바쁘게 열매를 따고 있었다.
“오후에 비 예보가 있어서 마음이 급해요.”
과육이 연한 산딸기는 물을 빨리 흡수하기에
젖은 채로 수확하면 안 된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여기서는 하늘의 뜻에 따라 일해요.
내일 비가 온다고 하면 오늘 할 일이 정해지는 거죠.“
밭에 들어서며 참가자가 말했다.
사람의 사정보다 자연이 더 우선시되는,
도시와는 사뭇 다른 삶이 새삼스러웠다.

가시에 긁히지 않게 조심조심 손을 넣어 산딸기를 따기 시작했다.
검붉게 잘 익어 살짝 손만 대어도 톡톡 떨어졌다.
갓 딴 산딸기의 맛은 더없이 자연스러웠고 또 신선했다.
이마에 송골송골 땀이 맺혔지만,
뿌듯함과 즐거움도 조롱조롱 맺혔다.


한 움큼 산딸기를 쥐여 주며 환하게 웃던
한 참가자의 말이 오래 남았다.
“여기에 있으면 나에 대해 알게 돼요.
아, 나는 이런 걸 좋아하는구나 또 저런 걸 싫어하는구나.
나를 알고 내 스타일을 찾으면서 귀농의 갈피도 잡히더라고요.
막연함이 구체화되는 시간이죠.”
도시에서는 좀처럼 들여다볼 일 없던 자신을,
흙 앞에서 비로소 마주하게 된다는 이야기였다.


각자 수확한 산딸기를 품에 안고 체험관으로 돌아가는 길,
참가자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시즌별 살아보는 기간은 총 4개월.
그중 절반이 지난 지금,
귀촌에 대해 어렴풋했던 로망은 조금씩 형태를 갖춰가는 중이었다.


“맨 처음 마을에 왔을 때,
‘살아보기’를 ‘살아남기’라고 잘못 말하는 에피소드가 있었어요.
그 후로 가족들이 물어봐요.
잘 살아남고 있냐고요.”
두 달 후의 자신들이 어떤 모습일지 알 수 없다고 했다.
다만, 오늘 하루를 충실히 살아낼 뿐이라고.
누군가는 짧게 정리했다.
“살아봐야 알아요.
직접 도전을 해봐야 내가 그걸 할 수 있는지 아니까요.”


농촌살이 그 이상의 배움과 깨달음을 얻고,
그새 정든 마을을 떠나려는데
참가자 한 명이 잠깐만 기다리라며 발길을 붙잡았다.
잠시 후 그는 오이와 함께 돌아왔다.
농약 대신 애정을 친,
텃밭에서 직접 키워낸 자식 같은 작물이었다.
“본인의 재산을 내어주는 거나 마찬가지예요.”
사무장님의 설명에 마음이 뭉클해졌다.
오이를 건네주던 그 손길은 따뜻함과 다정함이 깃든,
어엿한 농부의 손이었다.
ㅡ
인터뷰 <대실마을 이경민 사무장>

Q. 대실마을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수도권에서 나오면 가장 먼저 만나는 전원마을이라는 점이죠.
솔직히 자연 풍경이 아름다운 마을은 아니에요.
숲속에 위치한 마을처럼 수려하지도 않고요.
대신 도심과 가까운 곳에서 진짜 농촌을 만날 수 있어요.
이곳에 체류하면서 주말엔 서울이나 경기 집에 다녀오거나
마트에 가기도 편하고요.

Q. 대실마을의 체류형 프로그램은 어떻게 진행되나요?
온라인으로 신청을 받은 후에
대면 심사를 거쳐 참가자를 선정해요.
한 번 모집할 때 열 분에서 열다섯 분 정도가 지원하시는데,
그중 세 가구를 모십니다.
한 기수가 넉 달이고, 일 년에 두 번 운영해요.
상반기는 4월부터 7월, 하반기는 8월부터 11월이죠.
기간을 이렇게 잡은 데는 이유가 있어요.
한 작물을 심고 길러서 거두는 전 과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직접 겪어 보셨으면 하거든요.
그래서 상반기엔 고추나 텃밭 작물, 과일을 다루고,
하반기엔 11월 김장을 목표로 무, 배추, 갓, 마늘을 키워요.
그냥 쉬다 가시는 게 아니라,
진짜 농촌 살림을 한 바퀴 살아보게 하는 게 목표예요.

Q. 살아보기가 실제 정착으로 이어지기도 하나요?
제가 그렇게 정착한 케이스예요.
2년 전에 살아보러 왔다가 지금은 이렇게 마을 사무장이 되었네요.
한 번 잠깐 살아보려고 했을 뿐인데,
일이 이렇게까지 커질 줄은 저도 정말 몰랐어요(웃음).
저희 마을은 2021년부터 '충북에서 살아보기'를 운영했는데요.
매년 한 가구 이상은 정착으로 이어지고 있어요.

Q. 정착에 프로그램이 도움이 된 점이 있다면요?
지역에 아무 연고도 없던 분들이
여기서 사람을 만나고 커뮤니티를 만들어 가는 것,
그 시작점이 되어주는 게 이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해요.
저를 비롯한 주민들과 참가자들이 어우러지고 시간을 보내면서,
그분들에게 새로운 연고가 되어드리는 거죠.
4개월간 농촌 생활을 체감한다는 것도 중요해요.
귀농·귀촌을 막연한 꿈이 아니라
현실적인 결단으로 옮길 수 있는 기회이자 발판인 거죠.

Q. 마을에 오신 분들이 어떤 장면을 마음에 간직하길 바라시나요?
멋지고 근사한 다른 마을들에 비하면 별것 아닌 풍경일 수 있어요.
그런데 공장이 들어서고, 고속도로가 멀지 않은 땅에서
논농사, 밭농사를 짓고 있는 우리 마을.
그 안에서 살아가는 주민들의 모습.
저는 그게 제일 아름답다고 생각해요.
도시로 둘러싸인 곳에서 농촌을 지키고 있거든요.
화려하진 않아도, 가까운 곳에서
진짜 농촌의 푸근함을 느끼고 가셨으면 좋겠어요.
그게 힐링이 되길 바랍니다.
음성 대실농촌체험마을
📍 위치: 충북 음성군 삼성면 대야길46-5
📞 전화: 050-7874-3096
👐 운영 프로그램: '충북에서 살아보기’
(귀농·귀촌 희망 도시민 대상 농촌 체류형)
※단발성 체험 없이 체류형만 운영
✔ 운영 방식: 연 2회(상반기4~7월/하반기8~11월), 회차당 3가구 선정
📋 신청: 귀농귀촌종합센터 그린대로(greendaero.go.kr) 신청 후 대면 심사
양덕저수지생태공원과 카페 양지울


대실마을에서 차로 10분만 가면
양덕저수지 생태공원이 나온다.
잔잔한 수면을 따라 산책로와 쉼터가 조성되어 있어
주민들의 휴식공간이 되어주는 곳이다.
거창한 볼거리가 있는 곳은 아니지만,
며칠간 흙을 만지며 천천히 흘러온 시간의 끝에 어울리는 풍경이다.


저수지를 가장 편안하게 감상할 수 있는 자리는 카페 양지울이다.
통창 너머로 수면과 산세가 한눈에 들어오는 뷰 맛집이다.
직접 담근 청으로 만든 청귤, 자몽, 레몬 에이드와
반죽부터 손수 만드는 소금빵이 대표 메뉴다.
카페 양지울
📍 위치: 충북 음성군 삼성면 금일로1050-10 3층
📞 전화: 070-8233-4594
💲 이용 요금: 아메리카노4,500원, 카페라떼5,000원, 소금빵3,500원
🕒 운영 시간: 10:00~20:00(토~일요일은18:00까지)
서일농원


음성과 안성이 맞닿은 덕에 안성 나들이를 하기에도 좋다.
서일농원은 1983년부터 자리를 지켜온 전통 장(醬) 농원이다.
2,000여 개의 장독대가 줄지어 늘어선 모습이 장관을 이룬다.


농원 안의 전통음식점 '솔리(솔里)'에서는
직접 숙성한 된장과 청국장을 중심으로 한
정갈한 한 상을 맛볼 수 있고,
사전 예약을 하면 장 담그기와 두부 만들기 등
슬로푸드 체험에도 참여할 수 있다.
서일농원
📍 위치: 경기 안성시 일죽면 금일로332-17
📞 전화: 0507-1310-3171
💲 이용요금: 명인청국장16,000원
🕒 운영 시간: 11:00~16:00
🗓 휴무일: 매주 월요일
한국조리박물관


수많은 장독대를 보았으니
음식과 조리의 역사를 만나보는 것은 어떨까.
한국조리박물관은 국내외 조리 역사의 흐름을
시기별·주제별·인물별로 정리해 보여 주는 복합 식문화 공간이다.


조리 발전에 기여한 인물들의 흔적을
살펴볼 수 있는 전시와 함께,
자연 속에서 쉬어 가는 조리 테마파크를 지향한다.
음식이라는 친숙한 주제를 역사와
문화의 시선으로 다시 들여다보게 하는 공간이어서,
흙을 만지고 직접 먹거리를 거두는
대실마을의 경험과도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한국조리박물관
📍 위치: 경기 안성시 일죽면 주래본죽로158-60
📞 전화: 031-673-9966
💲 관람료: 성인 및 청소년8,000원, 초등학생5,000원
🕒 운영 시간: 10:00~17:00(동계 시즌에는16:00까지)
🚫 휴관일: 매주 월요일과 일요일, 1월1일, 명절 연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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