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소리 동편제의 고장, 남원 전촌 동편제 마을에서의 하룻밤작성일 | 2026-06-30
판소리 동편제의 고장,
남원 전촌 동편제 마을에서의 하룻밤

초여름, 남원으로 향했다.
나들목을 빠져나와 산길을 얼마간 오르자
공기가 선선해졌다.
목적지는 지리산 자락의 운봉읍,
남원 시내에서 동쪽으로
차를 몰면 닿는 고원 지대다.
해발 500m 안팎이라 낮볕은 따가워도
그늘에 들면 금세 서늘하다.
둘레길과 흑돼지로 알려진 고장이지만,
그 한복판 농촌마을에 며칠 묵을 데가 있다는 건 의외였다.
게다가 이 수수한 동네가
판소리 동편제가 비롯된 곳이다.
소리 하나로 이름을 얻은 마을,
천천히 걸어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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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촌마을, 머무는 일이 전부인 곳

마을이 운영하는 숙박동부터 둘러봤다.
한옥을 ㄷ자로 풀어낸 게스트하우스 '휴(休)'다.
천장이 높고 바닥에는 온돌을 들였다.
객실은 모두 여섯 칸으로,
온돌방과 침대방이 섞여 있다.
일부는 미닫이문으로 이어져,
일행이 방을 트고 모이기에 좋아 보였다.
어느 방에도 텔레비전은 없었다.
대신 모던하게 손본 한옥 내부에
호텔식 침구와 어메니티가 갖춰져,
휑하기보다 정갈했다.

없는 것이 핵심이다.
텔레비전도, 동네를 가로지르는 소음도 없다.
방에 들어서면 마땅히 할 일이 없어
자연스레 휴대폰을 내려놓게 된다.
며칠쯤 소란에서 비켜나 지내기에 알맞다.
애초에 이곳은 큰 계곡을 낀 것도,
노고단과 가까운 것도 아니다.
물놀이를 노린 발길은 대개 인근 뱀사골로 흩어지고,
남는 건 조용히 쉬려는 사람들이다.
"방에 텔레비전도 없으니,
정말 조용히 쉬고 싶다는 분들이 많이 오세요."
마을 일을 돕는 직원의 설명이다.

이곳은 당일치기 체험 마을과 다르다.
하루 만에 무언가를 만들고 떠나는 곳이 아니라,
며칠을 머무는 곳에 가깝다.
그렇다고 체험이 없는 건 아니다.
마을이 안내하는 프로그램 가운데 하나가
문화관광해설사와 함께 다리 건너
국악의 성지와 송흥록·박초월 생가를 도는
동편제 문화 코스다.
머물고 먹는 일은 마을이 맡고,
보고 듣는 일은 해설사가 이끈다.
이 밖에 산양에게 먹이를 주고
산양유로 아이스크림을 만드는 체험,
지리산 흑돈으로 수제소시지를 빚는 체험도 있다.

식당을 겸한 복합문화공간 '락(樂)'은 80석 규모로,
천장이 높고 서까래가 드러난 한옥이다.
150인치 스크린과 빔프로젝터를 갖춰
세미나나 연수장으로도 쓰인다.
스무 명, 서른 명 단위로
워크숍을 하러 오는 단체가 객실을 모두 잡기고,
봄철 가족 모임도 잦다.
의외로 한여름보다 5월이 더 붐빈단다.
끼니도 마을에서 차린다.
운봉은 흑돼지로 이름난 고장이라,
저녁상에는 바비큐와 제육볶음, 돈가스가 오른다.
메뉴에서 눈길을 끄는 건
흑돼지를 넣고 끓이는 샤부샤부다.
"원래 샤부샤부는 소고기로 하잖아요.
흑돼지로 내면 다들 신기해하면서 잘 드세요."
직원이 메뉴를 짚으며 일러줬다.
아침은 황태해장국 백반으로,
든든하게 하루를 시작하기에 좋다.

굳이 멀리 나설 것도 없다.
마을 곁으로 지리산 둘레길 2코스가 지난다.
직원은 "이 구간이 제일 평탄하고 걷기 편하다."며
한 바퀴 걸어보길 권했다.
마을로 드는 길목은 숲이 우거져
여름에도 그늘이 시원했다.
남원 전촌마을
📍 위치: 전북특별자치도 남원시 운봉읍 가산화수길 51-7
📞 문의·예약: 063-625-3183 / 010-6723-31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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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스트하우스 '휴(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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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합문화공간 '락(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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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험(15인 이상) |
📌 부대시설: 후원 잔디마당, 참나무숲 쉼터, 족구장
✔ 바비큐 기기 대여 3만 원(1세트, 17:00~21:00)
✔ 캠프파이어 2만 원(17:00~21:00)
💡 예약 취소: 3일 전 무료, 2일 전 20%, 1일 전 50%, 당일·노쇼 100% 부과
📢 참고: 지리산 둘레길 2코스 인접, 송흥록 생가 도보 약 5분·국악의 성지 도보 약 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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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편제 문화 코스:
국악의 성지, 가왕 송흥록, 국창 박초월의 생가

아이들과 함께 옆 마을,
국악의 성지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문화관광해설사와 함께 전시관에 들어섰다.
명창이 쓰던 낡은 화장 도구와
시계를 보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당시의 생활감을 그대로 전하는 물건들이다.
카세트테이프에 소리를 담아 듣던 시절의 것이라,
요즘 세대에게는 도리어 낯선 풍경이겠다.



눈길을 끄는 건 악기를 직접 두드려 보는 공간이다.
"거문고는 하늘의 소리, 북은 땅의 소리라 했어요."
설명을 들으며 가야금 줄을 퉁기고,
장구와 꽹과리, 징을 차례로 울려 봤다.
일하며 부르던 노동요,
물을 담아 띄워 치던 물장구 이야기까지 곁들여졌다.


국악의 성지 전시관을 둘러본 후,
가왕 송흥록, 국창 박초월의 생가가
있는 곳으로 걸음을 옮겼다.
동편제를 세운 가왕 송흥록,
국창 박초월의 이야기가 담긴 공간이다.
마당에는 돌로 빚은 조형물을 두고 해설사가 말했다.
"이 동그란 건 진양조를 형상화한 거예요."
24박에 이르는 느린 장단을 둥근 형태로,
민요의 다섯 선율을 네모진 돌로 새긴
조형물도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송흥록이 진양조의 깊이와 민요 가락을
판소리에 녹여 동편제의 골격을 세웠다는 의미일 터.

해설사의 이야기는 마을의 옛 내력으로 이어졌다.
비전마을은 본래 한양으로 오르던 길목의 역촌이었다.
경상도 함양과 진주에서 도성으로 향하던 행인이
거쳐 가던 길목이라 여관이 들어서고
사람이 모였다고.
운봉의 한 부자가 소리청을 열어 소리꾼을 불러들였고,
그 토양에서 송흥록 같은 인물이 났다는 것이다.

바로 옆에는 황산대첩비지가 있다.
고려 말 이성계가 제 군사보다 열 배 많은 왜군을
물리친 황산대첩을 기리는 곳이다.
다채로운 역사가 흐르는 공간이라니.
고요한 마을 분위기와는 사뭇 다르게
전개되는 이야기가 무척 흥미로웠다.
국악의 성지
📍 위치: 전북특별자치도 남원시 운봉읍 비전길 69
📞 문의: 063-620-6905
🕒 관람시간: 09:00~18:00 / 매주 월요일 휴관
💲 입장료·주차: 무료
📢 참고: 문화관광해설 동행 관람 가능(사전 예약 권장) /
하단 주차장에서 본관까지 오르막 경사,
상단 주차장 이용 시 휠체어·유모차 단차 없이 진입 가능(2019년 열린관광지 지정) /
미니 장구 만들기 등 체험은 별도 비용·사전 예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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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로 알아보는 전촌마을>

Q. 전촌 동편제 마을은 어떤 곳인가요?
우리 마을은 지리산 자락 운봉에 있어요.
해발이 500m쯤 되는 고원이라,
한여름에도 그늘에 들면 제법 선선합니다.
큰 관광 시설이 있는 건 아니고,
조용히 머물다 가시는 분들이 많아요.
그래도 내력은 깊은 동네예요.
판소리 동편제가 시작된 곳이고,
명창 송흥록·박초월 선생 생가가
바로 가까이 있습니다.
마을 옆으로 지리산 둘레길 2코스가 지나가고,
식사로는 운봉 흑돼지를 많이들 찾으세요.

Q. 지금의 모습이 되기까지의 역사와 배경,
주민들이 함께 만든 이야기가 있나요?
지금 모습은 2000년대 들어 주민들이 국악이랑
농촌 자원을 엮으면서 갖춰진 거예요.
마을기업이 숙박이랑 식당을 운영하고요,
한쪽에선 직접 농사지은 들깨랑 참깨로
기름도 짜고 햄도 만듭니다.
국산으로, 우리 동네에서 거둔 것만 쓰니까
값이 나가도 많이들 찾으세요.
동편제는 전라도 동부에서
송흥록 선생을 중심으로 이어진 판소리 유파인데,
송흥록·송만갑·박초월 같은 명창이 다 이 일대에서 나셨습니다.

Q. 방문객에게 가장 추천하고 싶은
체험이나 프로그램은 무엇인가요?
딱 하나를 꼽기보다,
오신 김에 동편제를 한번 느껴보시라고 권해요.
문화관광해설사와 함께 다리 건너 국악의 성지에서
명창들 유품도 보고 국악기도 직접 쳐 보고,
송흥록·박초월 생가까지 해설을 들으며 도는 코스가 있습니다.
산양 먹이 주고 산양유로 아이스크림 만드는 체험,
지리산 흑돈으로 소시지 빚는 체험도 있는데,
가족이나 학교 단체분들이 특히 좋아하세요.

Q. 찾는 분들이 꼭 보고, 느끼고,
기억했으면 하는 장면은 무엇인가요?
생가 마당에 돌로 만든 조형물이 있는데,
그 앞은 꼭 보고 가셨으면 해요.
둥근 건 진양조 장단을,
네모난 건 민요 가락을 본뜬 거예요.
바로 옆 황산대첩비지까지 둘러보시면
소리하고 역사가 한자리에서 만납니다.
가을엔 송흥록 생가 근처에서
국악 거리축제가 열려요.
거리공연에 탈춤, 대학생 국악열전까지
볼거리가 많습니다.
소나무 우거진 둘레길 걷다가 어디선가
판소리가 들려오면, 그 울림이 오래 남으실 거예요.

Q5. 최근 운영 중인 '농촌 체류형 프로그램'은 어떤 방식이며,
주민들과 어떤 준비를 하고 있나요?
사실 저희 마을은 처음부터 체류형이에요.
하루 체험하고 가는 데가 아니라,
객실에 묵으면서 며칠 보내시는 식이거든요.
식당을 세미나 할 수 있게 꾸민 것도 그래서고요.
단체로 오시면 객실을 통째로 빌려 묵으시고,
고등학생들은 1박 2일로 둘레길을 걷고 갑니다.
체험은 저희가 다 떠안기보다,
문화관광해설사와 함께 도는 생가·국악의 성지 코스로 안내하고
근처 산양 체험으로 연결해 드려요.
보고 듣는 건 그쪽에서,
식사랑 하룻밤은 저희 마을에서 해결하시는 거죠.
예전엔 초콜릿 만들기도 했는데,
담당하던 분 사정으로 지금은 잠시 쉬고 있습니다.

<마을 주변 관광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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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원시립 김병종미술관

남원에서 나고 자란 화가 김병종이
대표작 440여 점을 기증하면서
2018년 문을 연 시립미술관이다.
'생명의 노래' 연작으로 알려진 화가로,
소장품 가운데 수십 점을 상설전으로 걸고
기획전을 번갈아 연다.
1층 북카페에는 미술·문학 도서
2,000여 권이 꽂혀 있어 관람 전후로 쉬어가기 좋다.

📍 위치: 전북특별자치도 남원시 함파우길 65-14 (춘향테마파크 내)
📞 문의: 063-620-5660
🕒 관람시간: 10:00~18:00 (입장 마감 17:30)
🚫 매주 월요일 휴무
💲 관람료·주차: 무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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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 서도역

1932년에 세운 목조 역사로,
국내에 남은 가장 오래된 목조 폐역으로 꼽힌다.
2002년 전라선이 이설되며 기차가 끊겼고,
철거 위기에 놓였다가
주민들의 보존 요구로 남원시가
사들여 옛 모습으로 되살렸다.
최명희의 대하소설 《혼불》에서
효원이 신행길에 내리던 역이자,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과 영화 《동주》를 촬영한 곳이다.

📍 위치: 전북특별자치도 남원시 사매면 서도리 2-4
🕒 관람시간: 상시 개방
💲 입장료·주차: 무료
📢 참고: 내비게이션 '서도역 영상촬영지' 검색 /
매점·식당 없음, 식음료 사전 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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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불문학관

서도역에서 차로 5분 거리,
소설 《혼불》의 무대인 사매면 노봉마을에
2004년 들어선 한옥 문학관이다.
최명희가 17년에 걸쳐 쓴 《혼불》은
일제강점기 남원 매안이씨
종가 3대의 가족사를 그린 대하소설이다.

전시관에는 작가의 만년필과
잉크병, 취재수첩과 육필원고를 두었고,
혼례식·연날리기 같은 소설 속 장면을
디오라마로 재현해 두었다.
📍 위치: 전북특별자치도 남원시 사매면 노봉안길 52 (노봉마을)
📞 문의: 063-620-5746
🕒 관람시간: 09:00~18:00
🚫 휴관일: 매주 월요일 휴관
💲 관람료·주차: 무료
📢 참고: 체험관 프로그램은 사전 예약 /
서도역에서 차로 약 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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