잣 향기 따라 만나는 가을 산촌, 가평 잣향기푸른마을작성일 | 2026-09-17
잣 향기 따라 만나는 가을 산촌
가평 잣향기푸른마을

가을은 익어가는 계절이다.
벼가 고개를 숙이고,
나무마다 열매가 하나둘 여문다.
추석을 앞둔 들녘도
여름과는 조금 다른 빛깔로 물들기 시작했다.
산에서는 어떤 열매가
가을을 맞고 있을까.
가평에서는 잣이 그 계절을 알린다.
단단한 껍데기 속에
고소한 맛을 품은 잣은
가평을 대표하는 특산물이다.

북한강을 지나 37번 국도를 따라 달리다 보니
어느새 축령산 아래에 들어섰다.
잣나무가 빼곡한 산자락에
잣향기푸른마을이 자리했다.
마을 어귀에는 ‘천지문’이라 쓴 큰 문이 서 있었다.
자연과 사람이 어우러져 산다는 뜻을 담은 이름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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잣송이 까기 체험부터 잣 향기 주머니 만들기까지


나무 그늘이 드리운 체험장에 들어서자,
마을 주민이 환한 미소로 맞아주었다.
인사를 나누고 자리에 앉으니
주민이 마을 이야기부터 꺼냈다.
“저기 뾰족한 봉우리 보이세요?
그 아래 움푹 들어간 데 있죠?
저 구릉지가 전부 다 잣나무 숲이에요.”


가평은 한때 전국 잣 생산량의 약 30%를 냈을 만큼
잣으로 유명한 고장이다.
그중에서도 축령산 일대에서 나는 잣은
수량과 품질 모두 으뜸이라고
마을 주민은 설명했다.
마을 이름에는 잣나무가 내뿜는 피톤치드와
맑은 산촌의 인상을 담았단다.
잣나무와 마을의 인연은 꽤 오래됐다.
일제강점기부터 축령산 일대에
잣나무를 심기 시작했다고 한다.
조상들이 심은 나무를
지금의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오랜 세월 가꾸며
오늘날의 푸른 잣나무 숲을 일궈왔다.

잣 한 알이 식탁에 오르기까지는
생각보다 긴 시간이 필요하다.
잣송이가 익는 데는
꼬박 두 해 가까운 시간이 걸린다.
높은 나무에 올라 열매를 거두는 과정까지
모두 사람의 손을 거쳐야 한다.
그래서인지 이곳에서 만난 잣은
단순한 농산물이라기보다
산과 함께 살아온 사람들의 수고가 담긴 열매처럼 느껴졌다.

잣나무와 소나무를 가르는 법도 배웠다.
“우리 조상들은 잣나무를 보고 오엽송이라고도 했어요.
오엽이 뭐냐 하면 이파리가 다섯 개라는 거예요.
잣나무는 다섯 잎씩, 소나무는 두 잎씩 나죠.
외래종 리기다소나무는 세 잎씩이고요.
어때요? 이렇게 보니까 구분하기 쉽죠?”


이제 잣을 깔 차례였다.
방식은 옛날 그대로다.
잣송이 끝부분을 잡고
45도 각도로 받침대에 올린 뒤
방망이로 힘껏 내리치면 된다.
요령이 하나 있다.
미워하는 사람을 떠올리거나
스트레스를 날려버린다는 생각으로 치면
더 잘 깨진다고 했다.
방망이를 몇 번 내리치자
단단했던 잣송이가 갈라지기 시작했다.


어느 정도 부서진 잣송이를
양손으로 잡고 쪼개니 잣이 우르르 쏟아졌다.
채반에 모인 잣을 하트 모양으로 놓아 보았다.
잣 까는 도구로 껍질을 하나씩 벗기면
연노란 알맹이가 나온다.


잣송이 부산물도 그냥 버리지 않는다.
잘게 쪼갠 잣송이와 잣나무 이파리를
편백 칩을 담은 주머니에 넣으면
향기 주머니가 된다.
손으로 꾹꾹 눌러 담을수록
잣나무 냄새가 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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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포질부터 버닝기까지, 빵도마 만들기


천지관으로 이동해 두 번째 체험에 나섰다.
마을에는 주민들이 운영하는 목공방이 있다.
주민들은 이곳에서 목공을 배워
마을 곳곳의 의자와 조형물을 만들었다고 한다.
체험객을 위한 빵도마도 이 목공방에서 나온다.

“빵도마의 80% 정도는 주민들이 목공방에서 미리 만들어 둡니다. 체험객들은 나머지 20%를 직접 마무리하죠. 덕분에 아이들이나 어르신도 어렵지 않게 만들 수 있어요.”
빵도마는 가문비나무로 만든다.
가볍고 단단해 기타나 피아노 같은 악기에도 쓰는 나무다.

사포질부터 시작했다.
도마의 모서리와 거친 표면을 사포로 문질러
매끄럽게 다듬는 작업이다.
표면이 한결 부드러워지면 견본 가운데 도안을 고르거나,
원하는 그림이나 이니셜을 직접 새길 수 있다.


먹지를 대고 연필로 밑그림을 옮긴 뒤에는
버닝기(전기 인두펜)로 나무에 선을 새겼다.
뜨거운 펜촉으로 나무 표면을 조금씩 태워 가며
그림을 완성하는 작업이라
손끝에 힘을 주면서도 한참 집중해야 했다.
‘잣향기푸른마을’ 이름까지 새겨 넣으니
평범하던 도마가 내 것이 됐다.

오일을 발라 코팅하니 도마가 완성됐다.
내 손으로 다듬고 새긴 도마라 제법 뿌듯했다.
빵을 올려 내어도 좋고,
주방 한편에 두고 오래 써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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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룻밤 머물며 만나는 산촌의 저녁

산촌의 여유를 제대로 누리려면 하룻밤 묵어가는 게 제일이다.

잣향기푸른마을에는 안을 편백으로 꾸민 펜션이 있다.
숙소 주변으로는 행현천이 졸졸 흐르고,
뒤로는 잣나무가 가득한 축령산이 이어진다.
객실에 들기 전 마을을 천천히 걸었다.


편백 향이 은은한 객실에 누우니
바람이 불 때마다 창밖 나뭇가지가 흔들렸다.
특별히 무언가를 하지 않아도,
자연 곁에 있는 것만으로 충분히 쉬어가는 시간이었다.
객실이 여섯뿐이라 밤이 조용하다.
가족과 떠난 가을 여행의 하루를
마무리하기에 잘 어울리는 곳이다.
가평 잣향기푸른마을
📍 위치 : 경기도 가평군 상면 축령로45번길 24
📍 문의 전화 : 031-585-0520
📍 이용 요금 : 잣송이 까기 체험 + 잣 향기 주머니 만들기1인 15,000원 (4인 이상),빵도마 만들기 1인 12,000원~22,000원 (4인 이상)
📍 숙박 (평일 기준)
원룸 펜션(4인 기준) : 120,000원(최대 8인, 기준 인원 초과 시 1인당 1만 원 추가)
<인터뷰로 알아보는 잣향기푸른마을>

Q. 잣향기푸른마을은 어떤 곳인가요?
우리 마을은 무엇보다 주민들의 인심이 좋고 서로를 배려하는 분위기가 남아 있어요. 이웃 간에 정을 나누며 지내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하나는 마을의 전통과 문화가 지금까지 살아 있다는 점입니다. 어르신들이 직접 후배들에게 전통을 알려주면서 자연스럽게 이어가고 있죠.
대표적인 것이 산치성입니다.
마을에 산신각이 있는데, 1년에 한 번 산치성을 지냅니다.
예전 방식 그대로 제를 올리고,
마을 주민들이 함께 음식을 나누며 한 해의 평안을 기원합니다.
정월대보름 같은 세시풍속도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습니다.
주민들이 직접 마을을 가꿔온 덕에 좋은 성과도 있었어요.
경관·서비스, 체험, 숙박, 음식 네 부문을 평가하는
농림축산식품부 등급 심사에서 최고 등급인
‘으뜸촌’에 선정된 마을이기도 합니다.

Q. 추천하고 싶은 체험 프로그램이 있나요?
워낙 체험 종류가 많아서 하나를 꼽기가 어려울 정도입니다.
잣으로 유명한 마을인 만큼 잣과 관련된 체험을 많이 합니다.
오늘 하신 잣송이 까기와 잣 향기 주머니 만들기 말고도
잣두부 만들기가 대표 프로그램입니다.
그 밖에도 빵도마 만들기, 천연염색, 고추장 만들기 등
현재 운영하는 체험만 해도 40가지 정도 됩니다.

Q. 잣향기푸른마을을 찾아올 여행객분들에게 한 말씀 해주신다면요?
저희 마을에 오시면 절대 후회하지 않으실 겁니다.
기대를 안고 오셔서, 그 기대를 훨씬 뛰어넘는
즐거움과 보람을 느끼고 가실 거라고 생각해요.
직접 와서 경험해 보시면 알 수 있습니다.
많이 찾아오세요. 언제든 환영합니다.
Q. 잣향기푸른마을 주변에 추천하고 싶은 여행지가 있을까요?
주변에 가볼 만한 여행지가 아주 많습니다.
대표적으로 아침고요수목원이 있죠.
마을 바로 옆에 있는 잣향기푸른숲도 추천하고 싶어요.
아침고요수목원이 잘 가꾼 정원이라면,
잣향기푸른숲은 자연 그대로의 숲이죠.
<마을 주변 관광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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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고요수목원


잣향기푸른마을에서 차로 10분 거리에
아침고요수목원이 있다.
삼육대학교 원예학과 한상경 교수가
한국 정원의 아름다움을 알리고자
화전민이 살던 축령산 자락에 만든 사립 수목원이다.
약 10만 평 규모에 22개의 주제 정원을 갖추고 있다.

가을을 맞아 10월 11일까지
드라이가든에서는 ‘들국화 전시회’가 열린다.
단양쑥부쟁이, 좀개미취, 구절초, 해국, 울릉국화 등
가을 들국화 120점을 산책하며 만나볼 수 있다.


이 밖에 한반도 모양으로 꽃을 심은 하경정원,
연못 가운데 정자를 앉힌 한국정원 서화연도 둘러볼 만하다.
야생화정원에서는 흔히 서양 억새라 부르는
팜파스그라스가 한창이다.
가을 정원을 거닐며 계절의 풍경을 사진으로 남겨보자.
📍 위치 : 경기도 가평군 상면 수목원로 432
📍 문의 전화 : 1544-6703
📍 이용 요금 : 어른 11,000원, 청소년 8,500원, 어린이 7,500원
📍 운영시간 : 08:30~19:00, 운영 종료 1시간 전 입장 마감 (연중무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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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잣향기푸른숲

잣향기푸른마을에 왔으니 잣나무 숲도 걸어봐야 한다.
마을에서 차로 10분 정도 달리면 경기도 잣향기푸른숲에 닿는다.
축령산과 서리산 사이 해발 450~600m에 걸친 숲이다.
80년 넘게 자란 잣나무가 이만큼 넓게 모여 있는 곳은
국내에 달리 없다.


가족과 함께라면 무장애 나눔길부터 걸어보자.
매표소 옆에서 시작해 약 1km 이어지는 길로,
완만한 경사의 목재 데크를 따라
숲을 편안하게 둘러볼 수 있다.
유모차나 휠체어도 다니기 좋다.
탐방로 곳곳에 쉼터가 있어
잣나무 숲을 보며 쉬어 가기도 좋다.


산림욕을 조금 더 제대로 즐기고 싶다면
탐방 1코스를 추천한다.
무장애 나눔길과 더불어 많이 찾는 구간으로,
방문자센터에서 출발해 한 바퀴 도는 데
2.56km, 50분쯤 걸린다.
길을 따라 깊숙이 들어갈수록
주변은 한층 고요해지고,
빽빽한 잣나무 사이로 숲의 향기가 짙어진다.
📍 위치 : 경기도 가평군 상면 축령로 289-146
📍 문의 전화 : 031-8008-6769
📍 이용 요금 : 어른 1,000원, 청소년 600원, 어린이 300원
📍 운영시간 : 09:00~18:00(4~10월), 09:00~17:00(11~3월),
운영 종료 1시간 전 입장 마감
휴관일 : 매주 월요일(공휴일과 겹치면 다음 평일),1월 1일, 설날·추석 당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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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악산 출렁다리


운악산은 가평군 조종면과 포천시 화현면에 걸쳐 있다.
가평 9경 가운데 제6경 ‘운악망경’으로 꼽히는 산이다.
구름을 뚫고 솟은 듯한 바위 봉우리들에서
운악(雲岳)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2023년에는 산 중턱에
길이 210m, 폭 1.5m의 출렁다리가 놓였다.
다리 높이는 50m다.
오르막이 꽤 길다.
등산로 입구 주차장에서 경
사진 임도를 1.5km쯤 굽이굽이 오르고,
마지막에는 418개의 계단을 올라야 한다.


다리에 서면 시야가 넓게 트인다.
왼쪽으로 운악산 암봉이 솟고,
오른쪽으로는 연인산과 칼봉산,
대금산으로 이어지는 산줄기가 한눈에 든다.
골짜기를 타고 오르는 바람에
계단 오르느라 쌓인 피로가 가신다.
📍 위치 : 경기도 가평군 조종면 현등사길 34
📍 문의 전화 : 031-580-4633
📍 이용 요금 : 무료 (주차 요금 별도)
📍 운영시간 : 09:00~18:00, 운영 종료 30분 전 입장 마감
(기상 악화·점검 시 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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