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을 살아보는 여행, 영주 한밤실마을작성일 | 2026-10-29
계절을 살아보는 여행,
영주 한밤실마을

가을이 깊어지던 날,
영주 한밤실마을로 떠났다.
한밤실이라는 이름은
밤에서 왔다.
예로부터 밤나무가 많았던
이 마을의 옛 이름은 대율동.
밤송이가 떨어지는
가을에 찾아가니,
그 이름부터 계절과 꼭 맞았다.


오늘날 마을에는
사과나무가 훨씬 많다.
사과 역시 가을에
붉게 익는 열매다.
밤에서 사과로
주인공이 바뀌었어도,
마을은 여전히 가을을
품고 있다.
경북 영주시 부석면 임곡리, 강원도로 넘어가는
마구령 아래
첫 마을에서 가을을 살아보고
하룻밤을 묵으며,
계절을 차곡차곡
담아 오기로 했다.
ㅡ
사과 향 맡으며 동네 한 바퀴,
마을 스탬프투어


마을에서의 하루는
걷는 것으로 시작했다.
마을에서 운영 중인
스탬프투어는
마을 한 바퀴를 돌며
도장을 찍는 프로그램이다.
사무실에서 스탬프카드를
받아 들었다.
개울과 벚꽃길, 사과 과수원,
게이트볼장, 쉼터까지 빈칸 다섯 개가
오늘 걸을 길의 목차였다.


시작 지점은
마을 펜션 바로 앞 개울이다.
보관함을 열고
스탬프를 꺼내
스탬프 패드에 톡톡 두드린 후
첫 도장을 찍었다.
스탬프 패드는
스탬프투어 참가자들에게
하나씩 주어지니 도장을 찍은 후
다시 주머니에 잘 챙겨 넣었다.

개울 스탬프함 뒤로는
이름처럼 개울이 흐른다.
햇살에 반짝이는 물줄기와
졸졸 흐르는 맑은 물소리가
여행의 시작을 더욱 설레게 했다.



“저기 가로수 보이시죠?
전부 벚나무예요.”
사무장님이 가리킨 곳에
나무 터널이 보였다. 마을 진입로에는
벚나무가 줄지어 서 있다.
1998년 마을 청년회가
500만 원을 모아
왕벚나무 500그루를 심었다.
가을의 벚나무는 꽃보다 붉은 잎을 달고 있었다.


두 번째 스탬프는
벚나무길과 다리가 만나는 지점에 있다.
인도가 따로 없어
차량 통행에 주의하며
도장을 꾹 찍었다.
풍경에 마음이 홀려버린 탓인지
스탬프 방향을
잘못 잡았지만, 괜찮다.
삐딱하게 남은 벚나무 그림을
볼 때마다 이 순간이 떠오를 테니.

다리 위에서 다시 개울을 만났다.
물소리와 함께 짧은 여운을 즐기며
다리를 건넌 후 오른쪽을 향해 걸었다.
이 지점부터는 계속 과수원이 이어진다.
주민 대부분이
사과 농사를 짓기에
가능한 장면이다.


이 나무, 저 나무,
여기저기 사과가
주렁주렁 열려 있었다.
시원하게 바람이 불 때마다
사과 향이 은은하게 실려 왔다.
덕분에 눈에도 마음에도
사과가 가득했다.


사과 향을 따라
천천히 걷다가
세 번째 스탬프함을 만났다.
“너무 귀여워!”
탄성이 나오게 한 주인공은
스탬프함 위에 놓인,
빨갛고 동그란 사과였다.
사과밭 앞에 놓인 스탬프함이라고
누군가 사과를 올려두었을 테다.
주민들의 섬세함이 사랑스럽다.

다음 스탬프로 가는 중에도
온통 사과가 보이는 길은 더없이 평화로웠다.
“재미있게 놀다 가요.”
사과 향과 새소리에
둘러싸여 걷는 동안
마주친 마을 어르신들은
웃으며 인사를 건넸다.


이윽고 다음 코스인
쉼터에 도착했다.
커다란 나무 그늘 아래 놓인 정자는
가을의 정취를 흠뻑 머금고 있었다.


“이야! 잘했네!”
어디선가 환호와
박수 소리가 들렸다.
쉼터 바로 맞은편, 게이트볼장에서였다.
마침 주민들이
경기를 하고 있어
잠시 서서 구경했다.
관광지가 아닌, 주민들의 평범한 오후가
여행의 일부가 되었다.

게이트볼장 또한
스탬프투어 코스다.
마지막으로 도장을 찍고
마을 펜션으로 가는 길에
완성된 지도를 펼쳐보았다.
빈칸을 하나씩 채울 때마다
머릿속 마을 지도에도
점이 하나씩 늘었다.

스탬프 하나에
일상 한 조각씩
빌려 걷는 이 여정의 끝에는
작은 선물이 기다리고 있었다.
빈칸을 모두 채운 지도를
사무장님에게 보여주면
부채나 토시, 볼펜 같은
마을 기념품을
가방에 담아 준다.
“이건 제가 직접 딴 거예요.”
잘 익은 사과까지
품에 안겨주니
이보다 넉넉한 여행이 있을까.
ㅡ
편백에 칠하고 바람에 걸고,
소원민화, 소원풍경, 소원 등

걸으며 눈에 담은 풍경을
이제 손으로 옮길 차례다.
한밤실마을에는
'소원 시리즈' 체험이 있다.
소원민화와 소원풍경, 소원등 만들기다.


소원민화는 까치와 호랑이 밑그림이 새겨진
편백 판에 색을 칠하는 체험이다.
조선 민화 '호작도'에서 따온 그림으로,
호랑이는 나쁜 기운을 물리치는 존재를,
까치는 기쁜 소식을 뜻하는 길조를 상징한다.
좋은 기운을 불러들이는 그림인 셈이다.

민화 속 호랑이는
어딘지 귀여운 얼굴을 하고 있다.
동그란 눈과 줄무늬에
어떤 색을 넣을지 이리저리 고민하며 펜을 들었다.
구석구석 색칠을 마치면 완성이다.
같은 밑그림에서 출발했는데도
옆자리 호랑이는
전혀 다른 표정을 짓고 있었다.
완성품은 부적처럼
집에 걸어 두면 된다.

소원풍경은 바람이 불면
소리를 내는 작은 종, 풍경을 만드는 체험이다.
마을을 한 바퀴 돌아본 뒤
만드는 풍경은 재료부터 특별하다.
무려 부석사 은행나무를 사용한다고.
부러진 나무를 마을 목공소에서 다듬어
범종 모양의 판을 만든다.

은행나무 판에
저마다 원하는 그림을 그렸다.
부석사에서 자라던 나무라는 설명을
듣고 나니 더욱 정성을 들여 그리게 된다.


그림을 다 그렸다면
아래쪽에 뚫린 구멍에 줄을 연결해 종을 달 차례다.
종과 함께 걸린 물고기에도 의미가 있다.
“물고기는 눈을 뜨고 잔다고 해요.
언제나 집안을 밝혀주고 지켜주는 존재죠.”


올해 처음 시작한 소원등 체험도 인기다.
등에 그림을 그리거나
원하는 바를 적으면 끝.
소원 시리즈 모두 만들기 쉽고 간단해
어린아이들도 참여할 수 있다.
ㅡ
쾌적하고 여유롭게, 한밤실 펜션

선물과 나만의 작품으로
묵직해진 짐을 풀기 위해
방으로 들어갔다.
마구령 아래 자리한 이 마을은
예부터 고개를 넘는 사람들이
쉬어 가던 곳이었다.
오가는 사람이 많던 시절
마을 안에 주막거리가 생기기도 했다.


길손을 먹이고 재워 보내던
마을의 내력은 펜션으로 이어진다.
객실 이름은 자연에서 가져왔다.
벚꽃, 배롱꽃, 사과꽃, 들국화 등 방 이름을 차례로 읽으면
봄부터 가을까지 마을의 계절이 전해진다.



2층 객실에서는 마을 전경이
시원하게 보이고, 1층 객실에서는
개울의 물소리가 선명하게 들린다.
“물소리를 들으면
잠이 잘 온다고 하더라고요.”
사무장님의 말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객실 규모는
4인실에서 10인실까지 다양하다.
모든 객실에 주방이 있어
간단하게 한 끼를 차려 먹기 좋다.
단체 객실인 10인실은 노래방 기계를 갖추어
흥겨운 추억을 쌓을 수 있다.

“교복을 입으면
수학여행 분위기도 난답니다.”
조르륵 걸린 교복을 보니 웃음이 났다.
온 가족 혹은 친구끼리
교복 체험을 한다면
여행이 조금 더 특별해질 것이다.
영주 한밤실마을
📍 위치: 경북 영주시 부석면 임곡리 353-3📞 문의: 010-4886-3110
🏠 숙박 : 100,000원~250,000원
체험 프로그램
✔ 마을 스탬프투어, 소원 만들기 체험
(민화, 풍경, 등 만들기):
4인 이상인 경우 1인 20,000원, 20명 이상인 경우 15,000원
✔ 교복 체험 : 1인 5,000원,
10명 이상 단체 50,000원
<인터뷰로 알아보는 한밤실마을>

Q. 한밤실마을은 어떤 곳인가요?
천년고찰 부석사 아래에 있는 마을이에요.
예로부터 큰 밤이 많이 난다고 해서 한밤실이라고 불렀고,
옛날에는 한자로 대율동이라고 썼어요.

부석사가 가깝다 보니
여행 오신 분들이 많이 묵고 가세요.
주변 지역으로 가는 분들도 많고요.
풍기IC로 들어와 주변을 둘러보고 하룻밤 잔 다음 봉화나
영월 쪽으로 넘어가는 식이죠.
1박 2일로 머물면서 체험도 하시고,
가족 모임이나 동창회로도 많이 찾아오세요.
Q. 한밤실마을이 지금의 모습이 되기까지
어떤 이야기가 있었나요?
옛날에는 밤나무가 많았고,
70년대 들어 담배 농사를 짓다가
지금은 농가의 90% 이상이 사과 농사를 지어요.
작년에는 지원 사업으로
마을 사과밭에 물을 대는 시설을 갖췄어요.
나무마다 물이 닿게 되어 있어서
물 걱정 없이 농사를 지을 수 있죠.
덕분에 사과 농사를 지으려고
귀촌하는 분들이 많아요.

특히 젊은 분들이 많이 오면서
동네에 활기가 있어요.
정월대보름이나
어버이날 행사도 크게 열고,
벚꽃축제에도 다들 앞장서 주세요.
올해는 마을 가꾸기 사업에도 선정됐어요.
벚나무를 따라 부석사까지
데크길이 생길 예정이라,
내년 봄에는 더 편하게 꽃을 감상하실 수 있을 거예요.

Q. 방문객에게 추천하고 싶은 체험이 있다면요?

아이들과 함께 오는 가족에게는
소원 시리즈를 추천 드려요.
쉽고 간단해서 부담 없이
참여할 수 있거든요.
어른들은 액자 만들기와
교복 체험을 좋아하시더라요.
동네를 한 바퀴 돌아보는 스탬프투어도
즐거운 경험이 될 거예요.
마지막 코스인 게이트볼장이 비어 있다면
직접 게이트볼을 체험할 수 있도록
안내해 드리기도 해요.

완주하시면 부채나 토시 같은 기념품을
가방에 담아 드리는데,
구성은 그때그때 조금씩 달라요.
펜션 관리에도 신경을 많이 쓰고 있어요.
편안하고 쾌적한 공간에 묵어야
여행이 더욱 즐거워지니까요.
문 앞에 달린 팻말 하나도 깨끗하게 열심히 관리한답니다.
Q. 마을을 찾은 분들이 어떤 장면을
마음에 담아 가길 바라시나요?

평화롭고 잔잔한 마을 풍경,
특히 개울을 꼭 보고 가셨으면 해요.
마을 안에 이렇게
개울이 흐르는 곳이 흔하지 않거든요.
동네도 깔끔한 편이라
한 바퀴 쭉 걷기에 좋아요.
스탬프투어를 하면서
찍은 사진들을 보면
봄은 봄대로,
가을은 가을대로 참 예뻐요.
천천히 걸으면서
그 계절의 마을을
담아 가시면 좋겠어요.
ㅡ
부석사


676년 의상대사가
왕명을 받아 세운 천년고찰이다.
한밤실마을에서 차로 약 10분 거리에 있어
마을 사무장이 추천하는
필수 여행지이기도 하다.
가을에 부석사를 찾는다면 절로 걸음이 느려진다.
진입로 양옆으로 은행나무가 줄지어 서 있어,
잎이 물드는 시기에는
노란 터널 속을 걷게 된다.



은행나무길이 끝나고
가파른 돌계단을 오르면 무량수전에 닿는다.
고려 우왕 2년(1376)에
고쳐 지은 무량수전은
기둥 가운데가 살짝 불룩한 배흘림기둥과
끝이 날렵하게 들린 팔작지붕이 상징적이다.
고(故) 최순우 전 국립중앙박물관장의 책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로
널리 알려졌다.
기둥 곁에 서서 몸을 돌리면,
안양루 지붕 너머로 산 능선이 겹겹이 펼쳐지니
숨을 고르며 머무는 시간이 결코 아깝지 않다.
📍 위치: 경북 영주시 부석면 부석사로 345
💲 이용요금: 무료
ㅡ
콩세계과학관


콩세계과학관은
한밤실마을로 들어가는 길목에 자리한
콩 테마 과학관이다.
이곳에서는 콩의 역사부터
앞으로의 쓰임까지
차례로 살펴볼 수 있다.
영주를 대표하는
토종 콩 부석태를 비롯해
여러 콩의 이야기가 전시실을 채운다.



체험관에서는 콩 화분 심기와
그리기·만들기 등 다양한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아이들이 놀기 좋은 볼풀장을 비롯해
포토존과 휴식 공간 등이 마련되어 있다.
📍 위치: 경북 영주시 부석면 영부로 23
📞 문의: 054-639-7583
💲이용요금: 무료
🕒 운영시간: 3월~10월 09:00~18:00, 11월~2월 09:00~17:00
📅 휴무일: 매주 월요일
(월요일이 공휴일인 경우 화요일 휴관)
본 저작물은 “공공누리 제 1유형 : 출처표시” 조건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