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역 : 전라남도 곡성군
- 장소 : 곡성 미실란
자연이 가득 담긴 식탁에 반하다, 곡성 미실란
전라남도 곡성. 동명의 영화로만 그 지명을 알고 있다면, 그저 아쉬울 따름이다. 깨끗한 자연과 친절한 사람들, 외진 곳에 있으면서도 은근히 힙하고 감성적인 분위기가 묻어나는 장소를 곳곳에서 만나볼 수 있는 지역이니까.
곡성의 매력을 꾹꾹 눌러 담은 곳을 소개한다. 깨끗한 지역 농산물로 채식을 맛보고, 폐선로 옆에 아름답게 펼쳐진 정원을 거닐어보자. 주말마다 열리는 플리마켓에서 마음에 드는 핸드메이드 소품을 구매하거나, 멜론이 가득 들어간 라떼 한 잔의 여유도 즐겨보자.
들판을 황금빛으로 수놓은 벼가 바람결에 흔들리고, 짙푸른 하늘에 새하얀 구름이 유영하며, 메타세쿼이아가 노랗게 물드는 가을, 곡성으로 여행을 떠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자연이 차려낸 밥상에 ‘반하다’, 미실란
식약동원. 음식과 약은 그 근본이 같다는 의미이다. 한의학이나 한식의 기반이 되는 철학이자, 예부터 우리 조상들이 식생활을 할 때 가장 기본으로 삼았던 생각이기도 하다. 전라남도 곡성군의 한 식당에서 식약동원의 정신이 담긴 요리를 맛볼 수 있다. ‘미실란 밥카페 반하다’가 그곳이다.
‘반하다’는 곡성은 물론, 전남 지역에서도 농가 맛집으로 손꼽히는 식당이다. 유기농, 무농약으로 재배한 로컬 식자재로 채식 밥상을 내어주는 것이 특징이다. 곡성 미실란에서 직접 수확한 유기농 발아 오색미, 죽곡면의 토란, 완주에서 만든 흑미 두부, 고흥의 무농약 유자, 자연농법으로 생산한 배추와 고추 등등 주요 식자재는 모두 곡성 또는 주변 지역에서 친환경적인 방법으로 재배한 것들이다.
점심시간대에만 영업을 하는데 어찌나 인기가 좋은지, 오픈 시각을 지나 방문하면 수십 분쯤 기다리는 것이 기본일 정도다. 정갈하면서도 다양한 요리로 한 상 가득 차려지는 ‘반하다’의 채식 밥상은 남녀노소 누구나 반할 수밖에 없는 구성이다.
바로 옆에서 운영 중인 카페에서 로컬 곡물로 만든 라떼 한 잔으로 건강한 점심 식사를 마무리하자. 테라스 너머로 펼쳐지는 황금들녘은 한 폭의 그림처럼 아름답다. 정원에서 기르는 채소, 장독대에서 푹 익어가는 장류를 보며 산책하는 것도 좋다. 작은 독립서점과 복도를 따라 이어지는 갤러리도 그냥 지나치지 말자.
- 위치: 전남 곡성군 곡성읍 섬진강로 2584 미실란
- 영업시간: 11:30~15:00(14:45 라스트 오더)
- 휴무: 매주 월, 화요일
- 주요메뉴: 발아오색낭만세트 15,000원(2인 이상 주문 가능) / 토란표고탕수 20,000원 / 멜돈(멜론돈까스) 12,000원 / 연잎간장수육 20,000원
섬진강 따라 달리는 기차, 섬진강기차마을
산 넘고 물 건너, 섬진강 물줄기를 따라 이어지는 철길이 이제는 곡성의 대표적인 랜드마크로 자리를 잡았다. 그 이름마저 감성적인 섬진강 기차마을이 그곳이다. 섬진강기차마을은 1998년 전라선 복선화 공사로 인해 버려진 철길을 그대로 보존해 테마공원으로 조성한 곳이다. 그 길이만 해도 17.9km에 달한다.
섬진강기차마을을 대표하는 것은 마을과 가정역을 잇는 철길이다. 그 길 위에 섬진강 주변으로 펼쳐지는 고즈넉한 풍경을 선사하는 증기기관차가 달린다. 맞다. 증기기관차다. KTX와 같은 고속 열차가 전국을 서너 시간 안에 누비는 이 시대에도 수증기를 이용해 육중한 몸을 움직이는 열차가 있다니. 그것도 곡성에 말이다. 여객 운송이 아닌 관광 목적으로 운영하는 것이지만, 그래도 신기하기만 하다. 관심이 있다면 탑승권을 구매해 보자.
섬진강기차마을은 그 자체만으로도 아름답다. 장미를 중심으로 다양한 꽃과 나무를 심어 정원처럼 꾸민 덕분이다. 매년 곡성 세계장미축제가 이곳에서 열리는데, 그 규모가 상당하다. 장미가 피지 않는 계절에도 형형색색의 꽃이 정원을 화사하게 수놓고 있으니 잠시 산책을 즐겨보는 것도 좋겠다. 다양한 행사, 공연 프로그램을 볼 수 있다는 점은 덤이다.
- 위치: 전남 곡성군 오곡면 기차마을로 232
- 이용요금: 대인 5,000원 / 소인, 경로 4,500원
- 운영시간: 09:00~19:30 / 입장 마감 18:00
이렇게나 힙하다니, 곡성기차당뚝방마켓
토요일마다 곡성천 주변이 복작인다. 노란 천막으로 장식한 둑길 위로 노점이 펼쳐지고, 사람들은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모여서 물건을 고른다. 오일장이냐고? 아니다. ‘곡성기차당뚝방마켓(뚝방마켓)’이다.
뚝방마켓은 역사가 꽤 깊은 플리마켓이다. 섬진강기차마을과 전통시장을 잇는 둑길(뚝방은 ‘둑’의 방언)에 자리를 잡고 지역 주민과 여행객을 맞이한다. 신선한 제철 식재료로 만든 먹거리, 흥미로운 아이디어로 가득한 핸드메이드 소품이 뚝방마켓의 주요 판매 물품이다. 어찌나 인기가 좋은지, 축제나 오일장이 열리지 않는 날이어도 뚝방마켓만큼은 방문객으로 북적인다.
가볍게 먹을 만한 주전부리를 골라 근처 테이블에 자리를 잡고 앉아보자. 주변의 모든 의자와 테이블은 뚝방마켓 방문객을 위한 주최 측의 배려다. 곡성천이 선사하는 목가적인 풍경은 더할 나위 없이 포근함을 선사한다. 마음에 드는 물건을 발견하는 재미 또한 쏠쏠하다. 모든 음식은 재료가 떨어질 때까지만 판매하고, 핸드메이드 제품은 한정판이다. 고민은 결정을 늦출 뿐.
- 위치: 전남 곡성군 곡성읍 곡성로 898
- 운영시간: 매주 토요일(우천 시 일요일 개장) / 3~7월 11:00~17:00, 9~11월 11:00~17:00
- 휴장: 8월, 12~2월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길 드라이브
곡성역 인근에서 외곽으로 이어지는 길에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길이 있다. 잘 알려지지 않은 길이지만, 곡성 여행자들 사이에서는 소소한 즐거움을 주는 곳이다. 국도 17호선으로 진입하는 도로인 이 길은 800m를 살짝 넘는 수준으로, 그리 길지는 않다. 조금이라도 더 오래 즐기고 싶다면 천천히’라고 쓰인 교통표지판의 신호에 맞춰 속도를 줄여보자. 창문을 열고 이제 막 노랗게 물들기 시작한 메타세쿼이아의 가을맞이를 감상하기를 바란다.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길은 곡성 곳곳에 있다. 곡성 곳곳을 드라이브하다가 우연히 만날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곡성을 깊게 즐겨야 하는 이유다.
- 위치: 전라남도 곡성군 곡성읍 읍내리 834-2
곡성에 멜론이 난다고? 멜롱살롱
우리나라에서 멜론이 난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그리 많지 않다. 아직도 수입 과일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곡성은 전국에서 가장 품질 좋은 멜론을 생산하는 곳이다.
곡성에서 멜론을 재배하기 시작한 것은 1980년대부터다. 볕이 잘 드는 분지형 평야 지대인데다가, 일교차까지 커서 멜론의 당도를 높이기가 수월한 자연환경을 자랑하는 곳이다. 멜론 중에서도 머스크멜론을 주로 생산하는데, 14브릭스 이상의 당도를 유지한단다.
곡성에 방문한다면 멜론을 맛보지 않을 수 없다. 멜론마을로도 알려진 곡고리 금예마을을 찾아보자. 마을 내에 멜론을 주제로 한 카페 ‘멜롱살롱’이 있다. 낡은 창고를 리모델링해 작년에 문을 열었다.
이곳에서는 멜론을 넣어 만든 빵과 주스, 라떼 등을 맛볼 수 있다. 멜론 관련 음료를 주문하면 생 멜론 한 조각도 함께 내어준다. 원한다면 멜론 구매를 문의할 수도 있다. 멜론을 좋아한다면 그냥 지나치기에는 너무 아쉬운 곳이다. 멜론 농장 한가운데서 신선한 멜론을 맛보며 한껏 여유를 부려보자.
- 위치: 전남 곡성군 곡성읍 곡고로 188-11
- 영업시간: 10:30~18:00 (17:30 라스트오더)
- 주요메뉴: 멜론쥬스 6,000원 / 멜론라떼 4,000원 / 멜론에이드 5,500원 / 멜론스무디 6,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