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성으로 떠나는 추억여행, 보성 강골마을 득량역 추억의 거리, 보성여관, 월곡영화골 벽화거리   추수를 마친 들판 너머로는 여전히 가을을 머금은 언덕이 펼쳐진다. 높은 하늘과 왠지 모르게 포근한 바람까지 우리를 감싸고돈다. 남도의 가을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다행이다.     이번 가을은 유난히 짧은 것만 같다. 누군가는 놓쳤다고 생각할 테지만, 다행히 아직 기회가 남았다. 한적한 분위기 덕분에 언제든 편안하게 가을을 만나볼 수 있는 곳이다. 보성으로 향하자. 강골마을에서 고택과 어우러지는 가을을 감상하고, 추억을 곱씹으며 마을 길을 산책하는 거다. 마침, 제철을 맞이하기 시작한 꼬막도 여러분을 기다린다. 지금, 보성으로 가지 않을 이유가 또 있을까.   가을빛으로 물들어가는 곳 보성 강골마을     보성 강골마을은 목가적인 감성이 가득한 농촌 마을이다. 여기서 특별히 해야 할 것은 없다. 논두렁이나 개울가를 따라 천천히 거닐어보는 것부터 시작하자. 아무런 생각도, 아무런 걱정도 없이 그저 천천히 한 걸음씩 내디뎌 보는 거다. 무엇을 볼 수 있는지는 기대하지 않는 편이 좋겠다. 그렇다고 해서 아무것도 없다는 뜻은 아니다. 겨울을 맞아 남쪽으로 내려와 먹이를 찾는 철새 떼의 군무를 감상할 수 있는 행운이 찾아오거나, 동네를 이리저리 누비는 강아지들이 잠시 곁을 내어줄지도 모르는 일이다.     강골마을에는 조선 후기에 건축된 고택이 남아 있다. 이진래고택을 중심으로 서쪽으로 이준회고택, 동쪽으로 이정래고택이 자리한다. 이진래고택은 이 마을에서 가장 큰 집으로 과거 사대부가 이 지역에서 농사를 지으며 살았다고 전해진다. 이진래고택의 사랑채와 별채는 방문객을 위해 명품고택 숙박 시설로 운영하고 있다니 참고할 것. 그밖에 마을 곳곳에 전통가옥 숙박 시설이 준비되어 있다.     강골마을은 지난 연말 안방극장을 핑크빛으로 물들였던 드라마 <옷소매 붉은 끝동>의 촬영지이기도 했다. 열화정이 대표적이다. 겨울이라 조금은 휑한 모습이지만, 남도 특유의 초록빛 기운은 곳곳에 남아 있다. 툇마루에 앉아 자연이 건네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보자. 눈을 지그시 감고 열화정이 머금은 공기를 맛보는 거다. 누각 뒤를 든든하게 감싸고 있는 대나무 숲이 조금은 따스하게 느껴질 것이다.   - 이진래고택 위치: 전남 보성군 득량면 강골길 34-6 - 이진래고택 예약 문의: 0507-1345-5271     추억을 싣고 달리는 기차 득량역 추억의 거리     득량역은 경전선의 철도역이다. 과거에는 꽤 많은 사람이 득량역을 통해 부산과 광주에 오갔다지만, 이제는 옛 추억일 뿐이다. 마을 주민의 숫자도 크게 줄어 전처럼 활기찬 모습을 찾아보기란 어려워졌다.    그렇지만 그 추억만큼은 여전히 남아 있다. 간이역인 득량역은 물론이고, 그 주변으로 추억이 담긴 벽화와 물건 등이 즐비하다. 역사 내에는 옛 득량역의 모습이 고스란히 남아 있기까지 하다. 한쪽에는 역무원 체험을 할 수 있는 공간도 마련되어 있다. 역무원 복장을 하고 매표소에 앉아 포즈를 취해보자.    마을을 거닐며 레트로 분위기에 흠뻑 취해보거나, 추억에 빠져보는 것은 어떨까. 이발소도, 방앗간도, 식당도, 다방도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채 손님을 맞이한다. 이제는 영업하지 않는 곳이지만 추억의 온기만큼은 따스하다. 득량역은 강골마을에서 약 2km 정도 떨어진 곳에 있다. 체력이 허락한다면 시골 마을 길을 따라 도보로 다녀오는 것을 추천한다. 늦가을 시골 감성을 한껏 느낄 수 있다.   - 위치: 전남 보성군 득량면 역전길 28     100년 전으로 떠나는 시간여행 보성여관 소설 <태백산맥>의 주요 무대 중 하나인 벌교는 일제강점기 당시 흔적이 많이 남아 있는 지역이다. 일본인이 지은 적산가옥을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보성여관’이 대표적이다. 1935년에 건설되어 당시만 해도 5성 호텔을 방불케 할 정도로 규모가 큰 숙박 시설이었다. 소설 <태백산맥>에 등장하는 ‘남도여관’의 실제 주인공이 바로 이곳이다.       거의 폐허가 되다시피 했던 보성여관은 문화재청이 매입한 뒤, 보수를 거쳐 지금의 모습으로 재탄생했다. 현재 카페와 숙박시설, 전시관 등을 조성해 누구나 관람할 수 있도록 만들어 두었다. 보성여관에서는 소설 <태백산맥> 이야기와 벌교의 화려했던 과거 이야기들을 만나볼 수 있다. 적산가옥이라는 특성상 다다미방이 설치되어 있기도 하다. 여관 내부를 둘러보며 이국적인 분위기를 한껏 느껴보자.           카페에 앉아 여유로운 오후를 즐겨보는 것은 어떨까. 감성 가득한 책 한 권을 골라 읽는 것도 좋겠다. 분명 마음에 들 것이다. 목제 프레임 너머로 소소한 마을 풍경이 흐르고, 부드러운 음악이 이어지는 공간이니까.   - 위치: 전남 보성군 벌교읍 태백산맥길 19 - 이요요금: 성인 1,000원 / 청소년 800원 / 어린이 500원 / 카페 이용시 무료 - 관람시간: 10:00~17:00 (16:30까지 입장 가능)   출발 비디오여행 월곡영화골 벽화마을     벌교 시내를 걸어서 둘러보자. 꽤 흥미로운 포인트가 많다. 앞서 이야기한 적산가옥이 대표적이지만, 곳곳에 앙증맞은 볼거리가 숨어 있다는 점 또한 매력적이다. 벌교의 달동네인 월곡마을에는 조금 색다른 벽화가 그려져 있다. ‘월곡영화골 벽화마을’이라고 부르는 곳이다.         흔하디흔한 벽화마을은 아니다. 우리의 마음을 울렸던 영화는 물론이고,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애니메이션 작품이 곳곳에 가득하다. 매주 일요일 아침마다 TV 앞으로 달려 나가 보았던 디즈니 애니메이션, 영화관에서 눈물을 훔치며 감상했던 스튜디오 지브리 애니메이션의 주인공들이 여기저기서 반갑게 인사한다. 슈퍼마리오와 같은 게임 캐릭터들도 만나볼 수 있다.     애니메이션이나 게임에 관심이 없더라도 월곡영화골 벽화마을을 둘러볼 이유는 많다. <명량>, <라라랜드>, <도리화가>와 같은 영화와 관련된 내용을 담은 벽화도 곳곳에 자리한다. 잘 찾아보기만 하면 뱅크시의 그림 같은 작품들도 눈에 띈다. 골목길을 돌아 나가면 어떤 작품이 우리를 맞이할지 설레며 구석구석 둘러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 위치: 전남 보성군 벌교읍 월곡길 18-31   이제 꼬막 제철입니다 벌교 꼬막정식   고흥부터 여수 사이. 그러니까 전라남도 남부 지역을 대표하는 특산물로 손꼽히는 것이 바로 꼬막이다. 여자만 연안에서 꼬막이 상당히 많이 잡히는 것이 그 이유. 그중에서도 보성 벌교와 고흥 서부 지역이 생산하는 꼬막의 양은 어마어마하단다.     벌교까지 여행을 왔다면 꼬막을 먹지 않을 이유가 없다. 꼬막을 중심으로 차려진 남도 밥상을 맛보고 싶다면 벌교 시내에 있는 꼬막정식 전문점을 찾아가 보자. 마침 겨울을 맞아 본격적인 꼬막잡이가 이루어지고 있으니, 신선함은 배가 될 터. 어느 식당으로 가든 꼬막정식의 구성은 대부분 비슷하다. 꼬막무침과 꼬막전은 기본이고, 여기에 꼬막을 넣어 맛을 낸 된장찌개가 나오는 밥상이 일반적이다. 여기에 꼬막으로 만든 탕수육, 꼬막을 올린 피자 등등 점차 다채로운 요리로 꼬막의 맛을 한껏 즐길 수 있도록 한 식당도 늘어나는 추세다. 꼬막무침을 밥과 비벼서 꼬막비빔밥으로 맛보자. 매콤하면서 상큼한 맛을 자랑하는 양념과 꼬막 특유의 고소함이 어우러지는 꼬막비빔밥은 누구나 사랑할 만한 메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