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과 함께하는 고즈넉한 촌캉스, 동편제마을 가을이 오면 왠지 모르게 책 한 권에 눈길이 간다.  전라북도 남원이라면 이번 가을을 문학속에서 평온하게 즐길 수 있을 것이다.  판소리의 고장, 동편제마을에서 출발해 <춘향전>과 <혼불>의 배경을 둘러보고, 커피와 책을 곁에 둔 채 고즈넉한 정원을 한껏 누려보자.  스마트폰은 잠시 무음으로 해두는 것이 좋겠다. 가끔은 세상과 잠시 거리를 두는 것도 도움이 되니까.  [ 가왕의 탄생, 동편제마을 ] 판소리의 창법 중에 ‘귀곡성’이라는 것이 있다. 귀신이 우는 것과 같이 기이하게 들리는 점이 특징이다.  귀곡성 창법을 정립한 사람은 조선 후기의 명창이자 가왕 송흥록 선생이다.  그가 진주 촉석루에서 <춘향전>의 일부인 옥중가를 귀곡성으로 불렀던 적이 있는데,  순간 바람이 불며 주변의 촛불을 모두 꺼뜨리며 주변을 오싹하게 만들었다는 일화가 전해지기도 한다고.    송흥록은 귀곡성의 창시자이면서, 동시에 동편제라는 유파의 시작점이기도 하다.  동편제는 섬진강 동쪽에서 시작되었다고 해, 서편제와 많이 비교되는 유파다.  화려하면서도 끝을 길게 빼는 서편제에 비해 기교가 강하지 않은 것이 동편제의 매력이다.  담백한 느낌을 주면서도 경쾌하게 끊어치는 맛이 있다.    남원과 구례는 각각 동편제의 중심지임을 자처한다.  남원 동편제마을이 송흥록의 생가가 자리한 곳이어서다.  가왕 송흥록과 국창 박초원의 생가를 복원해 ‘동편제탯자리’라는 이름을 붙였는데, 동편제가 시작된 곳임을 의미한다.  마을 한쪽에는 그를 기리는 사당을 중심으로 ‘국악의 성지’를 조성했을 정도다.  국악과 관련된 설명을 들어보고 싶다면 이곳에 마련된 전시관에 들러보자.     거창하게 생각할 것은 없다. 동편제마을의 굽이진 골목길을 거닐어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편안해질 테니까.  마을 한가운데를 흐르는 람천의 청량감을 한껏 즐겨 보자. 발을 담가도 좋고, 정자에 앉아서 경쾌하게 쏟아지는 물줄기를 감상하기만 해도 좋다.  골목 한 바퀴 거닐며 시골의 정취를 느껴보자.  # 동편제탯자리(송흥록, 박초원 생가) - 주소: 전북 남원시 운봉읍 비전길 7 - 운영시간: 09:00~18:00 # 국악의성지 - 주소: 전북 남원시 운봉읍 비전길 69 - 운영시간: 09:00~18:00 ※ 휴관일: 매주 월요일 ※ 관람요금: 무료 [ 나만의 시간을 갖고 싶을 때, 아담원 ] 아담원은 책과 미술, 그리고 자연이 있는 공간이다.  조경 전문 농원이었던 곳에 감각적인 디자인의 북카페와 미술관을 지어 두고는 방문객들이 오롯이 휴식할 수 있도록 꾸몄다.  왠지 모르게 대단한 사람의 저택에, 정원에 들어선 것만 같은 느낌이다. 흥미롭다.    아담원을 즐기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우선, 입구에 들어서면 북카페가 우리를 맞이한다.  가장 처음 경험하는 ‘쉼’의 공간이다.  고요한 분위기에서 통유리창 너머로 펼쳐지는 정원을 감상하거나, 잔잔하게 흘러나오는 음악에 심취하거나, 책장에 꽂힌 책 중 하나를 골라 읽어도 된다.  초록빛을 머금은 정원을 산책하고 싶다면 그 옆으로 난 오솔길을 따라 걸어 보자.  곳곳에 앉아 쉴 만한 의자와 테이블이 비치되어 있다. 원한다면 멈춰 서서 휴식해도 된다는 의미다.    미술관은 아담원의 가장 높은 곳에 있다. 그저 고요히 평온한 시간을 보내고 싶다면 그냥 지나치지 말 것.  규모가 큰 것은 아니지만, 통유리창 너머로 초록빛 자연이 펼쳐지는 미술관은 정말이지 흔치 않은 순간을 선사하니까 말이다.  - 주소: 전북 남원시 이백면 목가길 193 - 운영시간: 10:00~19:00 (입장 마감 17:50) -※관람요금: 10,000원 [ 국민 판소리 <춘향전> 속으로, 춘향테마파크 ] 판소리 5개 마당 중 하나인 <춘향전>의 주요 무대는 남원이다. 광한루원을 비롯한 남원의 주요 지점이 배경으로 등장한다.  남원이 춘향전에 진심인 이유다. 춘향테마파크는 춘향전의 내용을 풀어낸 공간이다.    춘향테마파크는 임권택 감독의 영화 <춘향뎐>의 세트장을 활용해 완성했다.  꽤 인기를 끌었던 작품인 만큼, 방문 전에 영화를 감상하고 온다면 더할 나위 없이 즐거운 시간이 될 것이다.  곳곳에 작품 속 주요 장면을 실제로 구현한 조형물을 설치해 춘향전의 분위기를 한껏 실감 나게 만들어 두기도 했다.  특히 춘향전 최고의 명장면으로 손꼽히는 두 주인공의 옥중재회, 그리고 암행어사 출두 장면은 포토존으로도 인기가 많다.      춘향테마파크 내에는 춘향전을 주제로 한 공간 외에도 다양한 볼거리가 준비되어 있다.  남원향토박물관과 심수관도예전시관이 대표적이다. 남원향토박물관은 남원 지역에서 출토된 유물과 역사 이야기를 다룬다.  심수관도예전시관은 한반도에서 일본으로 건너가 ‘사쓰마웨어’라는 하나의 도자기 장르를 구축한 도예 가문의 작품을 선보이는 공간이다.  제15대 심수관이 한국에 방문했을 때 기증한 13점의 작품이 이곳에 소장되어 있다.    최근 춘향테마파크는 액티비티 프로그램을 갖추고 손님을 맞이하기 시작했다.  춘향테마파크를 걸어서 둘러보기에 부담스럽다면 에어레일을 이용해 보자.  이 모노레일은 춘향테마파크 입구를 출발해 언덕 위에 자리한 남원항공우주천문대까지 2.44km 구간을 왕복 운행한다.  꼭대기에는 최대 시속 80km에 달하는 짚와이어 시설 ‘어사와이어’가 스릴을 느끼고 싶은 여행자를 기다린다.  # 춘향테마파크 - 주소: 전북 남원시 양림길 43 - 운영시간: 4~10월 09:00~22:00 / 11~3월 09:00~21:00 ※ 관람요금: 어른 3,000원  / 청소년, 군인 2,500원 / 어린이 2,000원 # 남원에어레일 - 주소: 전북 남원시 소리길 86 - 운영시간: 10:00~18:30 (매표 마감은 영업 종료 1시간 전) ※ 이용요금: 순환 대인 16,000원, 소인 13,000원 / 편도 대인 12,000원, 소인 10,000원 # 어사와이어 - 주소: 전북 남원시 노암동 1 - 운영시간: 10:00~18:30 ※ 이용요금: 프리미엄 코스 일반 25,000원, 청소년 20,000원 / 패밀리코스 일반 15,000원, 청소년 12,000원  [ 미완의 작품을 만나다, 혼불문학관 ] 1981년부터 1995년까지, 최명희 작가가 집필한 대하소설 <혼불>은 구한말부터 일제강점기의 복잡한 시대상을 배경으로 한민족의 ‘혼불’이 어떠한지를 다루는 작품이다.  공개된 이후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았던 작품이지만, 작가가 집필 도중 세상을 떠나면서 끝내 완결을 짓지 못했던 비운의 작품이기도 하다.    소설 <혼불>의 주요 무대는 남원의 노봉마을이다.  이곳에 가면 작품에 등장하는 마을의 풍경, 옛 역사의 모습, 저수지 등을 만나볼 수 있다.  가장 구석진 곳에는 ‘혼불문학관’이 조성되어 있기도 하다. 작품을 읽고서 그 배경지에 관심이 있다면 한 번쯤 방문하기에 좋다.      혼불문학관은 최명희 작가의 이야기와 <혼불>을 주제로 한 전시가 마련되어 있다.  작가의 집필실 모습을 재현한 곳, 작품 속 주요 장면을 미니어처 디오라마로 재구성한 전시가 눈에 띈다.  - 주소: 전북 남원시 사매면 노봉안길 52 - 운영시간: 09:00~18:00 ※ 휴관일: 매주 월요일 ※ 관람요금: 무료 [ 핫플레이스가 된 폐역, 구 서도역 영상촬영장 ] <혼불>에서 주요 인물들이 바깥세상과 오가는 통로로 주요 사용했던 곳이 서도역이다.  혼불문학관에서 그리 멀지 않은 서도역은 실제로도 노봉마을의 관문 역할을 했던 곳이다.  그러나 지금의 서도역은 소설 속에 등장하는 그 공간이 아니다. 2002년 전라선이 위치를 옮기면서 옛 서도역은 폐역했기 때문이다.     옛 서도역이 흔적도 없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남원시 측에서 옛 서도역 부지를 매입해 관광지이자 영상 촬영지로 활용하고 있다.  복고풍 분위기의 역사 건물, 메타세쿼이아가 도열한 철길 등이 포토존으로 인기다.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의 몇몇 장면을 이곳에서 촬영하기도 했다고. - 주소: 전북 남원시 사매면 서도길 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