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5-06
계절·테마 여행코스
초록 물결 너머, 책 짓는 마을로 고창 책마을해리
고창 책마을해리
- 고창 책마을해리 17km
- 바람 따라 출렁이는 들녘의 봄, 넓은들 학원농장 — 고창 청보리밭축제 17km
- 농부의 손길이 식탁이 되는 곳, 상하농원 27km
- 신록으로 깊어지는 천년고찰의 오후, 선운사 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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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고창 책마을해리
초록 물결 너머, 책 짓는 마을로
고창 책마을해리

전북 고창군 해리면 월봉마을,
한 폐교 안에서 책이 만들어진다.
‘책마을해리’라는 이 공간은
옛 학교 건물을 출판 편집자가 사들여
가꾸어 놓은 곳.
도서관과 출판학교, 갤러리, 카페, 숙소가
모두 한자리에 모인 복합 문화 공간이다.
폐교가 새 주인을 만나 가꿔진 지 올해로 스무 해째다.


마침, 봄이 한창이다.
들판 한쪽에서는
청보리가 끝없는 초록 융단을 깔아 두고,
다른 쪽에서는 노란 유채꽃이 펼쳐진다.
사찰을 둘러싼 숲은 한 해 중
가장 짙은 신록을 입었고,
사방에 꽃이 피어난 계절.
책마을해리를 품은 5월의 고창은,
그 자체로 한 권의 봄 여행기를 손에 쥐여 준다.
🔻 웰촌이 PICK ✔한 여행 코스 🔻
1) 폐교 위에 피어난 책의 시간, ‘책마을해리’
2) 바람 따라 출렁이는 들녘의 봄,
‘넓은들 학원농장 — 고창 청보리밭축제’
3) 농부의 손길이 식탁이 되는 곳, ‘상하농원‘
4) 신록으로 깊어지는 천년고찰의 오후,‘선운사’
| 폐교 위에 피어난 책의 시간, ‘책마을해리’

책마을해리의 시작은 한 출판인의
오랜 결심에서 비롯됐다.
본래 이 자리에 있던 학교는
1936년 광승간이학교로,
이후 ‘해리초등학교 나성분교’로
이름을 바꿔 가며 명맥을 잇다가
2001년 폐교를 겪었다.
학교 설립자의 증손인 이대건 촌장은
서울에서 20년 넘게 출판 편집자로 일하다
폐교 소식을 듣고 고향으로 돌아왔다.
도축장으로 넘어갈 뻔하던 폐교를
2006년에 사들였고,
2012년 가족과 함께 정착하면서
본격적인 운영이 시작됐다.
‘읽는’ 마을을 넘어
‘쓰고 펴내는’ 마을로 가꾸겠다는 구상이었다.

이제 이곳은 도서관과 출판공방, 갤러리, 카페, 책방, 숙소가
책 한 권을 중심으로 두루 갖춰진 마을이 되었다.

입구에서 맨 먼저 만나는 풍경은 트리하우스다.
교문 대신 아름드리
플라타너스 다섯 그루가
마을을 지키고,
그중 한 그루의 가지 위로는
작은 오두막이 얹혀 있다.

책마을 건축학교 학생들이
손을 보태 만들었고,
누구나 편하게 오르내릴 수 있도록
옆으로 나무 계단이 놓였다.
그 곁 기둥에는 색색의 홀드가 박힌
인공 암벽까지 마련됐다.
옛 학교의 적막 대신,
어린 손길이 다녀간 흔적이 먼저 손님을 맞이한다.

주력 공간은 단연 ‘책숲시간의숲’이다.
1958년에서 1962년 사이에 지어진,
마을에 남은 가장 오래된 건물이다.
몇 해 전 태풍 볼라벤이
천장을 호되게 흔들고 간 뒤,
복원 과정에서 천장과 바닥을 모두 뜯어내며
자연스레 드러난 트러스 구조를
그대로 노출했다.

그 너른 품 안에 3만여 권의
책이 빼곡히 들어찼다.
마룻장은 발걸음마다
가만한 세월의 소리를 내고,
책장 사이로는 종이와
묵은 나무 냄새가 옅게 떠다닌다.

머무는 시간을 길게 늘리고 싶다면,
‘책마을책감옥’이다.
옛 학교의 체육기구 창고를 고쳐
한 평 남짓의 방으로 꾸며 두었다.
한번 들어가면 책 한 권을 다 읽을 때까지
나올 수 없는, 농담 같은 콘셉트의 공간이다.
문은 바깥에서 잠그고,
식사를 밀어 넣을 배식구만
간신히 뚫어 두었다.
안에는 침대 하나, 앉은뱅이책상 하나가 놓였을 뿐이다.


소설가 조정래의 ‘글 감옥’에서 영감을 얻었다는데,
흥미롭게도 자발적 수감자가 끊이지 않는다.
이 마을이 손님에게 건네는 가장 진지한 환대다.
부담 없이 하룻밤 묵고 싶다면
‘앉고서고누운책, 서재’라는
숙소형 도서관도 곁에 있다.
책장 사이사이 다락처럼
끼워진 침상에 누우면,
책을 읽다가 그대로 잠들 수 있다.

‘한지활자공방’에서는 닥나무를 두드려
한지를 뜨고 활자를 짜 책을
인쇄해 볼 수 있다.
한국 전통 책의 처음과 끝을
손끝으로 이어 보는 경험이다.
여기에서 익힌 감각은
자연스레 ‘출판키트 만들기’ 체험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마을의 대표 프로그램으로 꼽히는 활동이다.



‘오침안정법’으로 종이를 묶고,
시 한 편을 골라 끼워 넣은 뒤,
면지·반표지·판권지·차례·저자 소개까지
책의 구조를 하나씩 배워 가며
한 권을 완성한다.
마지막에는 자기 책의 가격을 직접 매겨 본다.
내 글의 무게를 가늠해 보는 기회다.
출판키트 외에도 한지활자 만들기,
그림책 버튼 만들기 등
여러 프로그램이 사전 예약제로 운영된다.


이 밖에도 그림책 원화전과
사진전을 잇달아 걸어 온 갤러리 ‘갤러리해리’,
어린이·청소년 책 전문 ‘버들눈도서관’,
출판캠프의 거점인 ‘누리책공방’,
만화공방, 옛 운동회의 정취가 살아 있는 ‘책뜰’,
바다로 이어지는 책담길까지
마을 곳곳에 흩어져 있다.
입구의 ‘책방해리’에서는 책마을에서 펴낸 책과
기념품, 간단한 음료를 함께 판다.
어느 한 곳을 빠뜨리지 않으려는
욕심을 비우고 발길 머무는 곳에 잠시 앉기만 해도,
그 자체로 충분한 하루가 된다.
#책마을해리
📍 위치: 전북 고창군 해리면 월봉성산길 88
📞 문의: 070-4175-0914
⏰ 운영시간: 토~일요일 10:30~18:30 / 월요일 10:30~17:00 / 수~금요일 11:00~18:30 / 휴관일: 매주 화요일
💵 입장료: 1인 1책 이상 구매 또는 1인 8,000원
💲 체험프로그램: 출판키트 만들기 1인 18,000원(15인 이상 단체) 외 한지활자 만들기, 그림책 버튼 만들기 등
2바람 따라 출렁이는 들녘의 봄, 넓은들 학원농장 — 고창 청보리밭축제
| 바람 따라 출렁이는 들녘의 봄,
넓은들 학원농장 — 고창 청보리밭축제

활자와 묵은 종이의 냄새를 뒤로하고
30분 남짓 운전대를 잡으면,
이번엔 진짜 자연이 빚어낸
거대한 초록 바다가
시야를 뒤덮는다.
공음면의 완만한 구릉지를 타고
끝없이 굽이치는 청보리밭이다.

청보리로 가득한 이곳은 사계절 경관농장
‘넓은들 학원농장’이다.
‘학(학이 노니는 들판) + 원(들판)’을 뜻하는 이름답게,
부지 약 15만 평 가운데 11만 평이 농지다.
이곳에서 매년 4월 중순부터 5월 중순까지
‘고창 청보리밭축제’가 열린다.
우리나라 경관 농업의 시작점으로 꼽히는 축제로,
올해로 23회를 맞았다.
청보리밭이 가장 짙은 초록을 뿜어내는
시기는 5월 초순이다.
4월 말부터 막 패기 시작한 이삭이 한껏 살을 올린다.
5월 중순을 넘기면 빛깔이
서서히 황금빛으로 옮겨 가,
하순부터는 누렇게 익어 추수를 기다린다.

올해 ‘제23회 고창 청보리밭축제’가
4월 18일부터 5월 10일까지로 잡힌 까닭이다.
매표소에서 노란 종이 팔찌 티켓을
손목에 받아 들고 사잇길로 들어서면,
바람이 한 차례 지날 때마다
들판이 거대한 파도처럼 굼실거린다.
가장자리에는 샛노란 유채꽃밭이
보리만큼 시선을 앗아간다.


들녘은 ‘중앙밭’과 ‘삼각밭’, ‘새밭’
세 구역으로 나뉘어,
굽이굽이 이어진 사잇길을
한 시간 남짓 걷기에 알맞다.
그 길목 곳곳에 포토존이 숨어 있다.
드라마 ‘도깨비’ 속 메밀밭 오두막의 봄 버전과
‘인연’의 촬영지, 빨간 벽 포토존,
거울 포토존이 자리를 나누고,
황금빛으로 칠한 거대한 손바닥이
초록 보리 이삭을 받쳐 든 조형물 앞에는
유독 인파가 몰린다.

농장 안 ‘학원농장식당’에서는
보리비빔밥과 메밀국수,
해물부추전 같은 향토 음식을,
‘카페넓은들’에서는 보리를 활용한 디저트와
음료를 만나 볼 수 있다.
축제 기간에는 다양한 노점이 운영되기도 한다.
# 넓은들 학원농장 — 고창 청보리밭축제
📍 위치: 전북 고창군 공음면 학원농장길 158-6
🕑 운영시간: 중앙밭 08:30~18:30(최종 입장 17:50) /
삼각밭·새밭 08:30~17:50(최종 입장 17:30)
💲 입장료: 1인 3,000원 (6세 이하 및 고창군민 무료)
🚘 주차: 1만 원 선결제 후 고창사랑상품권으로 전액 환급
3농부의 손길이 식탁이 되는 곳, 상하농원
| 농부의 손길이 식탁이 되는 곳, 상하농원

눈으로 담은 보리의 여운은
입으로 이어 갈 차례다.
차로 20분을 달리면,
흙과 생명의 가치를 미식으로 풀어낸
‘상하농원’이 기다린다.

상하면 자룡리에 위치한
농촌형 테마공원으로,
매일유업이 고창군과 손잡고
2016년 문을 열었다.
슬로건은 단순하다. ‘짓다, 놀다, 먹다.’
농민이 키운 식재료가
음식으로 만들어지는 과정을
손님이 직접 보고 맛보고
체험하도록 설계된 공간이다.


농원의 핵심은 다섯 개의 ‘공방’이다.
빵, 햄, 과일, 발효, 그리고 상하공장(우유)이
각각 한 채씩 조성됐다.
식재료가 음식으로 빚어지는 과정을
통유리 너머로 들여다보는 풍경이 흥미를 돋운다.
흙벽에 기와를 얹은 발효공방 둘레로는
옹기 항아리들이 옹기종기 늘어서 있고,
문틈으로는 된장이 익어 가는
구수한 냄새가 새어 나온다.

목장 옆 헛간에는 알 부화기와
송아지 우유 열탕기가 놓여,
방문객은 갓 태어난 병아리를 눈으로만 살피고
송아지에게 줄 우유를 직접 30도 안팎으로 데워 먹인다.
동물에게 먹이를 주는 단순한 체험을 넘어,
한 생명을 키워 내는 일에
잠시 손을 보태는 의미 있는 작업이다.


먹거리도 빼놓을 수 없다.
상하키친의 봄 한정 메뉴로는
서해안 봄 꽃게로 끓인 로제 파스타,
봄나물을 가득 올린 프리마베라 화덕피자,
참나물 주꾸미 파스타,
상하농원 양송이 스프가 차례로 올라온다.
상하목장 유기농 우유로 만든 진한 아이스크림과
베이커리 ‘밀도(meal°)’의 빵도 농원의 별미로 꼽힌다.
#상하농원
📍 위치: 전북 고창군 상하면 상하농원길 11-23
📞 문의: 1522-3698
🕑 운영시간: 09:30~21:00 / 연중무휴
💵 입장료: 대인 9,000원 / 소인(19세 이하) 6,000원 /
경로(70세 이상) 6,000원 *17:00 이후 입장 시 50% 할인
4신록으로 깊어지는 천년고찰의 오후, 선운사
| 신록으로 깊어지는 천년고찰의 오후, 선운사

농원에서의 활기찬 한낮을 보냈다면,
남은 오후는 천년고찰의 고즈넉함으로 달랠 차례다.
선운사는 백제 위덕왕 24년(577년)
검단선사가 창건했다는 설이 전해 내려오는 사찰이다.


9월의 꽃무릇과 가을 단풍으로도 사랑받는 곳이지만,
5월 초의 선운사에는 또 다른 이유가 하나 있다.
일주문에서 대웅보전까지 이어지는
도솔천 옆 숲길이 한 해 중 더없이
그윽한 신록으로 물든다.
바로 지금이 그 절정이다.


대웅보전 앞 만세루는
우리나라 사찰 누각 중 규모가 가장 크다는 보물이다.
정면 9칸, 측면 2칸의 일자집 맞배지붕 건물.
광해군 12년(1620) 2층 누각으로
처음 지어졌으나
1751년 화재로 소실된 뒤,
영조 28년(1752)에 단층의 만세루로 다시 세워졌다.
그러니까 한 번이 아니라,
두 번 지어진 이력이 있다.
마룻보 가운데 하나는
두 갈래로 갈라진 나무를 그대로 쓴 부재로,
그 끝에는 용머리가 새겨져 자연미를 더한다.
마당 한쪽에는 다채로운 연등이
줄지어 5월의 산사 분위기를 끌어올리기도 한다.
부처님 오신 날(올해는 5월 24일)을 앞둔 풍경이다.

고창은 풍천장어로도 유명한데,
선운사 입구에 ‘선운사 풍천장어 거리’가 있다.
식사할 요량이라면 장어구이를 즐겨보는 것은 어떨까.
# 선운사
📍 위치: 전북 고창군 아산면 선운사로 250
📞 문의: 063-561-1422
🕑 운영시간: 일출~일몰 (연중무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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